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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이와 무명이

국판 (148*210mm) ㅣ 216쪽 ㅣ 값 9,5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4475-54-7 ㅣ2015년 4월 25일

유명이와 무명이

  •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유명이와 무명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문학 작품의 제목은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주인공들의 독특한 이름을 드러내는 『유명이와 무명이』를 보면 유명이와 무명이는 어떠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인물들일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런데 『유명이와 무명이』에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다. 이 작품이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조금 고개를 갸웃할 만하다. 학교가 배경인 어린이 문학이라면 어느 곳에나 있는 ‘친구’라는 소재를 굳이 소제목으로까지 단 이유는 무엇일지, 과연 이 작품이 어떠한 빛깔로 ‘친구’에 대하여 이야기하는지 귀 기울여 볼 일이다.

    이경혜의 『유명이와 무명이』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넘치는 생명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라고, 태어나기도 전에 ‘유명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지만 어느 순간 생긴 얼굴의 큰 얼룩점 때문에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유명이. 그리고 너무도 바쁜 부모님 때문에 백일이 지나도록 이름이 없어 ‘무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깡다구의 무명이는 각각의 고민과 상처가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갑돌이와 갑순이, 말자와 말식이, 콩순이와 팥돌이처럼 박자가 척척 맞는 이름의 ‘유명이와 무명이’지만,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는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유명이와 무명이의 마음은 새학기 첫날부터 반대 방향으로 톡 튀어 둘도 없는 원수가 되어 버린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보며 ‘얼룩이’라고 놀린 무명이를 용서할 수 없는 유명이와, 그런 유명이의 맘은 모른 채 너무도 쌀쌀맞은 유명이의 태도에 화가 단단히 난 무명이. 이 둘은 어떻게 하여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제멋대로 자란다!

     

    유명이와 무명이는 둘만의 끝을 알 수 없는 냉전 외에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친구와의 관계에 신경 쓰고, 자신의 꿈 그리고 가족에 대한 제법 진지한 고민을 하는 등 끊임없이 다양한 일들을 겪느라, 서로에게 화해를 청하거나 온전히 마음을 쓰기 어려워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인물들과 끊임없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전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어떠한 사건에 집중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부분만을 편집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이란 닫힌 시간이 아니라 열려져서 흐르는 시간의 한 부분이기에 두 아이의 인생 전체를 다루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견을 떠올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얼굴의 얼룩점으로 인하여 마음의 상처가 많은 유명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개박사’로 통한다. 동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200종이 넘는 개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워 동물병원 선생님을 놀라게 할 정도다. 이건 비밀이지만 외할머니와 시골에서 살았던 어릴 적에는 동물들과 진짜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동물을 아껴줄 줄 알고 사려 깊은 유명이지만 얼굴의 큰 얼룩점은 언제나 상처로 존재한다. 그래서 얼굴이 무척 예쁘고 상냥한 나희를 좋아하는 한편, 깨끗한 얼굴에 대해 부러운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유명이가 지닌 마음의 상처는 결국 반려견 뽀뽀의 교통사고라는 비극적 결과를 낳고 만다.

    한편 유명이의 쌀쌀맞은 태도에 단단히 화가 난 무명이는 유명이와 짝꿍이 되자 서로의 팔이 닿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하루종일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을 정도로 데면데면하게 지낸다. 하지만 그렇게 꾹 참고 있는 것은 무명이의 성미에 맞지 않다. 무명이가 어떤 아이인가. 무명이는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받은 종철이를 위해 싸우고, 정황을 모르는 선생님께 오해 받아 혼날 때에도 변명 하나 하지 않는 아이다. 괴롭힘의 주동자 영민이를 혼내주는 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장난에 노발대발하는 방구호 선생님 앞에서도 유명이는 장난을 친 것이 자신이라며 당당히 책임을 진다. 무명이는 뒤끝이 없고 구김 없이 천진하다. 무명이는 비록 화해를 하지는 않았지만 뽀뽀를 잃은 유명이를 무척이나 가엾게 여겨 ‘천사가 된 뽀뽀’의 그림을 그려 준다. 물론 자신이 취미가 만화를 그리는 것이고, 그 그림을 자신이 그렸다는 것은 비밀이다. 무명이는 그림에 ‘노스트라다무스’라는 가명을 적어 놓는다.

    엄하지만 마음 따뜻한 방구호 선생님과 부모님들, 웃음을 자아내는 개성 강한 어른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서 유명이와 무명이는 제 나름의 힘으로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리하여 결국은 ‘천사가 된 뽀뽀’를 그려준 것이 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유명이와, 먼저 유명이에게 손을 내민 무명이는 마침내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한다. 이 화해가 훗날 어른이 된 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는 이 작품의 놓칠 수 없는 반전 재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청소년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경혜 작가의 첫 번째 책으로, 바람의아이들에서는 개정판으로 출간된다. 이경혜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하고 있는 여러 작품들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어 빛을 발하는 작품의 가치를 이미 증명해 내었다. 주인공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며 썼다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아이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이야기 전체에 녹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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