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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우한테 미안합니다

국판 (148*210mm) ㅣ 90쪽 ㅣ 값 8,5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0878-40-3 ㅣ2007년 4월 1일

장건우한테 미안합니다

  • 교사의 편애로 우왕좌왕하는 아이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좀 더 예쁜 손가락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손가락이 열 개쯤 되면 아무리 부모라도 똑같이 예뻐하기란 어려운 것일까? 그렇다면 손가락이 한 마흔 개쯤 되는 데다 그 손가락을 바라보는 사람이 부모가 아니라면, 그 손가락들에 대한 차별 대우와 편애란 피할 수 없는 일일까?

    『장건우한테 미안합니다』는 교사의 차별대우와 편애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통상 아이들에 대한 교사의 차별대우를 거론하게 되면 공부를 아주 잘한다거나 있는 집 자식이라거나 하는 ‘사랑받을 요건’이 충족된 아이들이 연상되곤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김진숙 선생님은 다르다. 소영이나 미진이처럼 부모 없는 아이, 가난한 집 아이, 공부 못하는 말썽쟁이 아이 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니 말이다. 소외받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베풀다니, 훌륭한 교육관과 따뜻한 성품을 가진 선생님이라고 칭송할 만하다. 단, 그 특별한 사랑을 받지 못해 소외되는 아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이 작품은 건우와 소영이 두 아이의 시점으로 전개되어 왕자와 거지처럼 처지가 뒤바뀐 아이들이 겪는 갈등과 혼란스러움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김진숙 선생님의 남다른 차별 대우로 인해, 누가 봐도 모범생인 데다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건우는 눈치를 보느라 자꾸만 움츠러든다. 반대로 그 동안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소영이는 눈에 띄게 밝아지고 성적도 오르고 자신감도 생긴다. 하지만 거지에게 멋진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왕자에게 누더기를 걸쳐 주는 일이란 옳은 일일까? 정말 필요한 것은 왕자도 거지도 없는 평등한 세상이 아닐까?

    학교에서 온갖 부러움을 사는 건우도 집에서는 공부 잘하는 형에게 밀려 관심 밖에 있는 아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열등감과 우월감처럼 편애의 수혜자와 피해자도 사실은 등을 맞대고 있는 샴쌍둥이 같은 존재들이다. 누구를 만나느냐,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사랑을 받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건우 이야기와 소영이 이야기는 각각 교사의 편애로 인해 좌절하고 고민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차분하지만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관계를 맺는 방법

     

    선생님의 사랑을 받지 못해 상처 입은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모처럼만의 관심 덕에 우쭐해하는 아이들 역시 불편한 상황에 놓이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학기말에 소영이에게 주어진 ‘착한 어린이 상’을 몹시 불쾌하게 여긴다. 자신들 입으로 ‘뻔한 상장’이라고 해놓고도 누구나 받아도 좋은 그 상장이 소영이에게 가는 것을 편애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말다툼이 일어나자, 김진숙 선생님은 그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김진숙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사과를 한다.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미안합니다. 사과할게요.”

    작가는 후기에서 신념이나 가치관, 이상 들을 ‘마음의 규칙’이라고 정의한 다음, ‘김진숙 선생님이 마음의 규칙으로 아이들을 대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묻는다. 김진숙 선생님이 가졌던 마음의 규칙은 실패작이다. 외톨이였던 아이들을 더 사랑해 주어야겠다는 마음의 규칙이 결국 또 다른 아이를 외톨이로 만들고 말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어떠한 규칙이라도 실패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는 마음의 규칙을 잠시 접어 두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교사에게, 부모에게, 친구에게,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유일무이한 규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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