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가 싫은 날

지혜진 지음 | 김윤주 그림 | 국판 (148*210) | 148쪽 | 값 12,000원 발행일 | 2021년 06월 21일 펴낸곳 | 바람의아이들 ISBN | 979-11-6210-110-0

감자가 싫은 날

  • 엄마가 감자 한 봉지를 훔쳤다

    나는 이렇게 못난 엄마 아빠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많은 아이들에게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위대한 존재이고,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며 자란다. 그런데 어느 정도 성장한 아이라면 필연적으로 부모의 약점과 결함을 발견하게 된다. 사회적 지위든 지적 능력이든 도덕성이든 모든 어른은 부족한 점을 갖고 있기 마련이고, 사춘기를 목전에 둔 아이들은 완벽한 어른처럼 보였던 엄마 아빠가 실은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아이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제 나름의 인식과 감각으로 사회에 적응해 나갈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독립이 시작되는 때이다. 문제는 이즈음 부모에 대한 아이의 사랑이 시험대에 오른다는 점이다. 나는 엄마 아빠의 결함을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나는 이렇게 못난 엄마 아빠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지혜진의 감자가 싫은 날은 부모의 도덕적 위기 앞에서 갈등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간 진주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노점상에서 엄마가 감자 한 봉지를 슬쩍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딸에게 감자 한 봉지를 들게 하고 자신도 한 봉지를 든 채 한 봉지 값만 치르는 식으로 은근슬쩍 좀도둑질을 감행한 것. 무거운 감자 봉지를 들고 집으로 오는 도중 진주는 혼란에 빠진다. 아무리 엄마 아빠의 실직으로 형편이 어려워졌다고는 하지만 3천 원짜리 감자 한 봉지가 그렇게까지 절실한가? 게다가 자신을 좀도둑질에 이용하는 엄마를 어떻게 봐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매주 야채 노점상이 설 때마다 되풀이되는 엄마의 도둑질은 이제 묵직한 비밀이 되어 진주의 마음을 내리누른다.

    감자가 싫은 날은 어른의 비윤리성이 어린이에게 가하는 고통스러운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미 정해져 있는 답을 되풀이하기보다 어린 주인공의 성장과 윤리적 문제를 나란히 놓고 스스로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법에 대해 들려준다. 어깨 통증 때문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엄마와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아빠는 어떻게든 생활비를 아끼려 아등바등하는 중이고, 중학생 언니는 아무것도 모른 체 용돈 받을 궁리나 하고 있다. 엄마를 따라가지 않으면 엄마는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대야 할 테고, 핑계를 대고 피하는 것만으로는 진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엄마를 안쓰러워하는 마음과 떳떳하게 살고자 하는 자긍심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바로 그때 언제나 생각 없어 보이던 언니가 말한다. “내 생각을 내가 안 해 주면 누가 해 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