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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판 (148*210mm) ㅣ 160쪽 ㅣ 값 9,5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4475-73-8 ㅣ2016년 4월 10일

건수 동생, 강건미

  • 지적장애인과 영재아, 어쩌면 그냥 남매

     

      요즘 세상은 꼭 보이지 않는 ‘업데이트’ 버튼이라도 달려있는 듯하다. 시대의 흐름은 무척이나 빠르고,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간 금세 새롭고 낯선 것들을 마주하게 되곤 한다. ‘말’도 예외는 아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신조어들이 탄생하고, 어떠한 경우는 기존에 존재하던 단어의 의미가 다중적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말에는 힘이 있다. 현대에 말은 끊임없이 재탄생하며 사람의 마음을 희망으로 부풀리기도 하고, 절망으로 끌어내리기도 한다. 의도치 않은 행동이나 말도 때때로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어떤 이의 가슴을 찌른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방어해야 할 것이 많을수록 더욱 많은 말의 송곳들에 노출된다. 『건수 동생, 강건미』는 지적장애로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배려가 필요한 오빠 건수와 특별한 오빠 때문에 잔뜩 날을 세우곤 하는 영재 아이 건미의 이야기이다.

     

      건미는 아이큐 158의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오빠 건수와 더욱 비교가 되는 자신의 영재성이 원망스럽다. 상처받은 경험들로 인하여 건미는 자신의 오빠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며 잔뜩 날카롭게 굴지만, 사실 건미는 높은 아이큐보다도 건강한 마음이 더 돋보이는 아이이다. 이러한 건강한 주인공은 작가의 이전 작품인 『변신』에서도 등장하며, 박서진 작가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건수의 머리를 건미가 빼앗아 간 거라는 할머니의 악담에도 건미는 할머니나 건수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건수를 끊임없이 공부시켜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부싯돌들이 부딪치듯 마음속에서 치솟는 불꽃들을 느끼면서도 원망이나 분노의 화살을 쉽게 다른 이들을 향해서 돌리지 않고 한번 더 힘을 내는 건강한 심성의 건미를 보고 있노라면, 상처나 슬픔에 잠식되지 않을 든든한 희망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그러한 건미라도 수많은 말의 송곳 앞에 상처 없이 서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반 아이들은 건미의 사정은 모른 체, 툭하면 ‘애자’라는 표현을 하며 서로를 놀리고, 실제 장애가 있는 건수를 생각하며 건미의 마음에는 작지 않은 생채기들이 생긴다. 사실 아이들은 좋지 않은 의미의 신조어 혹은 비하 단어들이 상대에게 어느 정도의 상처를 입히는지 잘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그러한 말들이 건미와 같은 아이들에게 입히는 상처들을 생각할 때, 무지는 때로는 악의보다도 더 잔인한 구석이 있다. 건미는 반 아이들과 싸우기도 하고, 자신만의 마음을 푸는 방인 ‘마푸방’에서 마음을 다독이기도 하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건미가 주변의 말들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방어하고, ‘강건수’를 자신의 ‘오빠’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참 어렵고 힘겹다.

     

    모두의 해피엔딩을 꿈꾸며

     

      작품은 다른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건수 그리고 건미를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관계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천진난만한 건수의 모습과 대조되는, 건수를 향한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들은 숨이 막히는 구석이 있다. 그렇지만 철없는 아이들 또는 냉정한 어른들에 의해 상처받은 건미가 용기를 낼 수 있게 되는 계기 역시 다른 많은 이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입양가정의 어진이와 엄마에게 장애가 있는 세찬이의 응원 그리고 철없는 말들로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건미를 도우려던 기태, 그 외에도 건수가 길을 다닐 때 도움을 주었던 어른들까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건미가 용기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건미는 많은 이들과 위로, 호의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오빠’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잔뜩 날 세웠던 마음을 푼 건미와 건수의 말은 참 예쁘다. 건수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예쁜 시를 줄곧 지어내며, 건미는 자신을 상처 입힌 아이들의 장점을 볼뿐 아니라 그것을 진심으로 말해줄 수 있게 된다. 건미의 말들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날을 세우던 아이들을 보듬어, 누군가를 상처 입히던 마음의 칼날들을 무디게 만든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건수를 향한 배려는 건수뿐만 아니라 건수 동생 건미 그리고 건수와 같은 가족을 둔 많은 이들을 향한 배려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이러한 배려들로 인하여 조금씩 더 따뜻하게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들의 해피엔딩을 꿈꾸게 만드는 작품으로 많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