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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판 (148*210mm) ㅣ 216쪽 ㅣ 값 8,5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0878-50-2 ㅣ2007년 11월 20일

공주의 배냇저고리 '바람 단편집 4'

  • 바람단편집, 그 네 번째 이야기

     

    바람의 아이들에서 작가의 저변 확대와 단편 동화의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펴내고 있는 바람단편집, 그 네 번째 책이 나왔다. 고학년을 위한『달려라, 바퀴!』, 초등 저학년을 위한『귀신이 곡할 집』, 청소년을 위한『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에 이은 네 번째 바람단편집『공주의 배냇저고리』는 중학년 이상이 읽을 수 있는 단편 동화 열한 편을 담고 있다. 이번 바람단편집에서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들은 표제작「공주의 배냇저고리」를 비롯해 등장인물에 따라 혹은 이야깃감에 따라서 유쾌하거나 발랄하기도 하고 찡하고 슬프기도 하다. 이번 단편들은 사람은 사람에게 최고의 약이 된다고 말한다.

     

    사랑은 다정하게, 위로는 담담하게, 상상은 자유롭게!

     

    살빼라는 엄마의 잔소리 때문에 빈 물통을 짊어지고 약수터에 가는 ‘뚱공주’「공주의 배냇저고리」, 자신을 달달 볶는 누나에게 ‘까탈마녀’라는 별명을 붙여준 가훈이「까탈마녀에게 무슨 일이?」, 걸핏하면 손주 녀석의 고추를 따겠다고 엄포를 놓는 할머니「고추 따 간다」, 로또가 맞아 번 돈을 주식으로 날린 할아버지「바다로 간 로또할아버지」등 등장인물이나 이야깃감 자체가 유쾌하고 발랄하다.

     

    한결같이 가족 내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작품들은 가장 친밀하고 다정해야 할 가족들이 실은 불꽃이 튀기는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거나 억압받고 소외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꽤나 생글거리는 얼굴로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까슬거리고 찔러 댄다고 해도, 울을 터뜨리거나 망신을 당한다고 해도 가족은 가족이다. 그래서 어쨌든 해피엔딩이라는 사실은 이 모두가 가족 이야기라는 점 때문에 참말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반면, 입양 간 동생을 만나기 위해 축구 선수로 이름을 떨치겠다는 꿈을 가진 태양이가 주인공인「난 꼭 유명해져야 돼」나 서울에서 따돌림을 당하다가 시골로 전한 간 아이가 나오는「개구리」에서는 아이들이 마음속에 지닌 상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들에 비한다면 가족들과 부대끼느라 힘들다고 투덜대는 인물들은 괜한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 하지만 이들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방법 역시 옆 친구와 조금씩 틈을 줄여나가며 가까워지는 것이다. 가족이든 가족이 아니든 사람은 사람에게 최고의 약이 되는 모양.「장구 소리」의 민지가 바보라고 무시하던 사촌언니와 함께 엉망이 된 고추밭을 빙빙 돌고,「싱싱 지구 환경 고물상」의 혁이가 고물상에서 곤욕을 당하는 아버지 앞에 나서서 “우리 아빠는 사장님이라고요!” 하고 소리칠 수 있는 힘 역시 그런 소통과 나눔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찡하고 서글픈 이야기들에는 나름의 힘과 에너지가 담겨 있다.

     

    한편, 이 단편집에는 판타지 형식의 동화들도 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아이고야’라는 말을 자주 쓰는 곰 인형 뭉치의 장례식을 다룬「곰 인형의 장례식」에서는 돼지저금통은 짤랑거리고 걸레는 물기를 닦는 등 저마다의 성질은 유지하면서도 까다롭거나 엉뚱하거나 너그럽거나 하는 식의 독특한 개성을 부여받는 사물들이 꽤 많이 등장해 읽는 재미를 준다. 더욱이 이 작품은 죽음에 대한 나름의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단순한 의인화 동화 이상을 보여준다. 또 평소 도깨비에 관심 많은 작가가 컴퓨터의 휴지통에 둥지를 튼 최첨단 도깨비들 이야기를 들려주는「얍! 컴지 통지 나가신다」는 기발한 착상과 독특한 소재가 돋보이며, 도깨비들이 매일 혼자 먹는 밥과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 이야기 짓기에 지친 상우를 위로해 주는 건 친절한 덤이다. 그런가 하면「바람나라에 떠도는 소문의 진상」은 너무나 일찍 엄마 곁을 떠나 아기가 바람이 되어 떠돌다가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가 새 아기로 태어난다는 이야기로 잔잔하게 슬픔을 어루만져주는 작품이다.

     

    동화란 어린이들의 생활과 사고와 세계를 다룬다지만 반드시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즐겁고 낙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문제가 해결되거나 기쁜 결말을 맞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동화가 동화인 것은 다름 아닌 동화에서만 다룰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는 게 아닐까. 이 열한 편의 동화들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