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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이 수상하다

국판 (148*210mm) ㅣ 140쪽 ㅣ 값 9,5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0878-56-4 ㅣ2008년 3월 10일

그 녀석이 수상하다

  • 저 아이들이 수상하다!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만의 세계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면, 친구와 놀러 나가면, 혹은 방문을 꾹 닫고 들어앉아 있으면, 그곳에는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아이들만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나면 어른들은 기껏해야 겉에서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이들만의 세계에서는 어른들의 세계에서처럼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이 벌어진다. 알고 보면 의심쩍고 수상한 구석도 의외로 많다. 다만, 그런 일 중 대부분은 어른들 눈에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나서, “오, 우리 아이는 무척 사교적이군.” 하고 흐뭇해하거나 “이런, 저 녀석이 우리 아이를 못살게 구네!” 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정도의 반응밖에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 녀석이 수상하다>의 주인공 ‘나’가 찾아나선 진실 역시 어른들은 결코 보지 못할 것들이다. 어느 날 교실 바닥을 뒤덮은 껌딱지, 게다가 그것들이 며칠 뒤에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게 뭐 어쨌다고? 껌딱지가 붙었으면 물론 범인을 찾아내야 되겠지만(진실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혼을 내 줘야 하니까), 사라진 껌딱지야 잘된 일 아닌가. 하지만 ‘나’의 생각으로는 껌딱지가 사라졌다는 사실이야말로 정말 수상하다. 누군가 껌딱지를 만들어내고 다시 떼어냈다면 거기에는 분명히 ‘무언가’ 있는 것이다.

     

    <그 녀석이 수상하다>는 장차 명탐정이 되려고 하는 ‘나’의 활약을 담은 연작동화다. ‘나’는 감쪽같이 사라진 껌딱지들의 행방을 추적하고(‘껌딱지 실종 사건’),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낡은 문방구만을 고집하는 ‘그 녀석’을 미행하며(‘그 녀석이 수상하다’), 교실을 의혹투성이로 만든 ‘만 원’ 도둑을 추리해 낸다(‘잃어버린 어떤 것’). ‘나’가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범인에게 뒤통수를 맞거나 헛다리를 짚기도 하고 아빠에게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나’가 수상쩍어하는 사실들이나 마침내 밝혀내는 진실 역시 그다지 거창할 건 없다. 하지만 ‘나’가 탐정 역할을 해 나가는 동안 하나둘씩 알게 되는 일들은 절대 사소한 것들이 아니다.

     

    진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서른 명 넘게 한 교실에서 수업하는 아이들 중에 주목받는 아이는 몇이나 될까? 주목받고 싶어서 껌을 뱉고 껌딱지를 수거한 아이에게 ‘나’마저 없었다면 모든 일은 헛수고가 되지 않았을까? 아빠가 좀더 힘내기를 바라는 아이에게 엉뚱한 의심을 품은 ‘나’가 없었다면, 아이의 아빠는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나’가 만 원을 훔친 진짜 도둑을 잡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말도 없이 전학 간 준호를 기억이나 했을까? <그 녀석이 수상하다>는 명탐정을 꿈꾸는 주인공을 내세워 추리 기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 세계에서 늘상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에게나 비밀이 하나쯤은 있고, 탐정이라면 숨겨져 있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 장차 탐정을 꿈꾼다는 점을 제외하면 ‘나’ 역시 그다지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다. 아빠의 성화로 원치 않는 태권도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중학생 형들한테 돈 뺏긴 사연은 한사코 숨기고 싶어하며, 슈퍼에 간 친구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진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진짜 탐정처럼 모든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어른들이 이것저것 물어보는 아이들을 향해 “넌 몰라도 돼!” 하고 무시해 버리는 이유는 말해 봤자 이해할 수도 없고, 설사 이해한다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굳이 아이에게 알려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배려도 한몫 한다. 그런데 이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자신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한다고 해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며, 알아봤자 속상해하기만 할 것이라 지레 빗장을 걸어 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어른들은 아이들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기보다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을 보려고 하니까. 그래서 정작 아이들이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니까. 아, 너로구나, 그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여 주지 않으니까. 교실 바닥의 껌딱지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낡고 오래된 문방구에 드나드는 게 뭐 어떠냐고? 사라진 만 원이야 잊어버리면 그만이라고? 정말 그럴까? 그런 의미에서 <그 녀석이 수상하다>의 작가가 하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진실은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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