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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판 | 218쪽 | 9,000원 | ISBN 978-89-90878-48-9|2007.10.07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 '바람단편집 3'

  • ‘깨지기 쉬운’ 나이, 그러나 결코 ‘깨지지 않을’ 소중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청소년들이 세상으로부터 요구받는 모습이란 꽤 까다롭다. 이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니 어리광을 부려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어른인 것도 아니니 섣불리 나서지 말 것. 많이 컸으니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획을 짜야 하지만, 그렇다고 멀리 내다볼 만큼 경험이 많은 나이는 아니니 어른들 말을 귀담아 들을 것. 어른에 가깝지만 아주 중요한 한 고비를 남겨놓고 있어서 그 고비를 넘기 전까지는 결코 어른이 될 수 없는 존재들. 그래서 청소년들은 자나깨나 그 고비를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덕분에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곤 한다. 지금껏 선보였던 많은 청소년 소설이‘문제적 청소년’을 다룬 이유는 바로 청소년기 자체가‘문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에서는 다소 평범하고 아무런 문제도 갖지 않은 아이들에게까지 시선을 돌린다. 표제작인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에서는 일찌감치 수시 합격의 영광을 누린 고3 시은이가 나오며, <내가 왜 그랬지?>의 현서는 방학 숙제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마늘을 까서 파는 할머니를 돕기로 결심하기도 한다. 이들은 고분고분한‘범생이’과로 아무런 일탈의 기미도 갖고 있지 않다. 어른들이 보면 바르게 컸군, 하고 흐뭇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아무런 문제도 갖지 않은 아이들’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시은은 삼수생인 상천에게 수시 합격 사실을 숨기고 삼수생인 척하느라 부대끼고, 불쌍한 할머니를 도우려던 현서는 분명치 않은 이유로 봉변을 당한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지만 이들 역시 나름의 자리에서 자기 몫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다. 

    한편 <Reading is sexy!>의 연저나 <학습된 절망>의 삐꾸처럼 대학에 갈 형편이나 성적이 되지 않아‘대포자’가 된 아이들이나 <정오의 희망곡>처럼 공부 스트레스로 죽고 싶은 마음, 살고 싶은 마음이 반반인 아이들은 안고 있는 문제가 좀더 심각하다.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그다지 비장하거나 엄숙하지 않다. 돈이 남아돌게 되면 그때 대학에 가겠다고 눙치는 연저나 잘하는 건 없지만 그래도 바닥에서 기지는 않겠고 다짐하는 삐꾸는 우리 청소년들이 가진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라디오 디제이 뮤스를 통해 전해 듣는 여자 중학생 홍홍이의 이야기는 무척 가슴 아프고 심각하지만 뮤스의 넉살과 위로 때문에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뿐만 아니다. 답답한 하숙집 골방에서 만년필로 시를 쓰는 옛날 고등학생(<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이나 전교조 합법화 운동에 나서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80년대 운동권 고등학생(<쥐포>)은 지금은 어른이 되었을, 아주 오래 전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역시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청소년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에도 세상이 인정해 주지 않는 권리와 가치를 위해 힘껏 싸우고 애를 태우는 청소년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세상을 맞닥뜨리고 극복해 나가는 것은 청소년에서 어른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중대한 고비가 아닐까.

    ‘어른’이라는 말로 세상 모든 어른들을 설명할 수 없듯이‘청소년’이라는 단어 역시 어떤 평균치의 청소년을 보여줄 수는 없다. 그래서 청소년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는 물을 수는 있지만 분명하게 대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백이면 백, 천이면 천, 청소년들이 가진 이야기들은 모두 다 제각각이다. 그러니까,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걱정할 게 뭐 있느냐고 타박하는 어른이 있다면 그건 대단히 큰 실례다.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의 작가들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란 세상의 편견에서 자유롭다는 것, 그래서 기꺼이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들어준다는 것일 터, 아마도 청소년 소설의 진정한 출발점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