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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판 (148*210mm) ㅣ 184쪽 ㅣ 값 8,5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0878-81-6 ㅣ2009년 9월 20일

나는 조선의 가수다

  • 동화의 새로운 접근을 보여 주는『나는 조선의 가수』

     

    『나는 조선의 가수』는 어린 소녀가 진정한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종의 예술가 소설로, 현시대를 배경으로 한 생활동화가 주를 이루는 어린이문학에 새로운 청량제가 될 것이다.

    어린이 책에서는 찾기 힘든 근대라는 배경과 예술가의 삶. 가수의 꿈을 향해 무조건 도전하고 앞으로 향해 나가는 연실을 통해 독자는 혹독한 예술가의 삶과 빼앗긴 자유를 예술 행위로 찾으려는 인간의 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귀에 들리고 눈으로 보는 듯한 감칠맛 나는 대사와 노랫말, 작가 하은경의 창작에 기름칠하듯 살짝 드러나는 초기 우리나라의 가요사는 현장감을 살리며 1937년, 식민지 도시 경성으로 독자를 훌쩍 데리고 간다.

     

    첫 번째 꿈, 가수가 되고 싶어요!

     

    요즘,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연예인은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연예인이라는 것은 언제부터 생겨나게 되었을까? 오늘날에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일까?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 꿈꾸듯, 일제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도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열다섯 살 소녀 연실이. 일제 시대에 연예인? 까마득한 고릿적으로 느껴지거나, 나라 분위기에 가능할까 싶지만 그때도 엄연히 가수를 꿈꾸는 십대 소녀가 있었다. 이른바 극단 연습생으로 말이다.

    광주 노래경연대회에 나가 1등을 할 만큼 자타공인 가수인 연실은 어머니 대신 살림하고 배고픈 동생들을 돌보느라 앞날이 캄캄하다. 매일매일 이장댁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를 듣는 게 낙이라면 낙일까. 그러던 어느 날, 집안일을 나몰라라 한다는 이유로 어머니한테 매를 맞고는 경성으로 무단 가출을 감행한다. 어머니가 숨겨 둔 돈까지 훔쳐 냈으니 이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연실은 어렵사리 경성악극단에 연습생으로 들어가서 극단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무대 위에 선다는 것, 관객 앞에서 연기와 노래를 한다는 것, 다른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차츰 깨닫게 된다. 단순히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데서 노래를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경지로 나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 꿈,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요!

     

    연실은 선배 은심의 노여움을 사 시달리기도 하고, 우연히 비게 된 향단이 역을 놓고 연습생 동료 경애와 경쟁하기도 하고, 어느 날 숙소로 찾아온 어머니에게 매타작을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의기소침해지고 약해지고 그만 포기하고 동생들에게 돌아갈까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마침내 연실은『파랑새의 노래』라는 창작 악극에 주인공으로 뽑힌다.

    『나는 조선의 가수』는 과거의 특정 시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역사물인 만큼, 이장댁에서 흘러나오는 이난영의 노래, 우리 자본으로 세운 최초의 레코드회사인 오케 레코드, 대본도 없이 춘향전 공연을 하는 악극단과 같은 우리 가요사의 초기 모습이 찬찬히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강단 있게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연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가요를 있게 한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땀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작품 중반에 신문팔이 소년의 호외 외침으로 중일전쟁의 발발이 알려지는 것처럼, 1937년은 일본의 전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따라서 연실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이런 어둡고 답답한 시대적 분위기에 노출되는 것은 당연지사. 연실의 경성 생활을 묵묵히 뒷받침해 주던 용철 오라버니는 전쟁터에 끌려가고, 악극『파랑새의 노래』는 검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새장 속에서 자유를 빼앗겼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살던 새들이 힘겹지만 결연하게 새장을 탈출하는 이야기는 그 은유가 명백한 만큼 절실한 것이기도 하다. 연실의 첫 출연작 <파랑새의 꿈>은 관객들 가슴을 울리며 성공리에 끝맺지만, 결국 일본 경찰에 의해 단원들 모두가 체포되고 만다.

     

    세 번째 꿈, 자유롭게 꿈꾸고 싶어요!

     

    경찰서에서 고초를 겪고 나온 연실은 텅 빈 극장에 앉아 경애가 남긴 편지를 읽는다. 자신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너는 꼭 조선의 가수가 되라는 당부의 말. 가수의 꿈도 파랑새의 꿈도 모두 끝이라고 생각했던 연실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아직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기엔 너무 이르니까 말이다. 실제로『나는 조선의 가수』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소녀의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과연 연실은 실패한 걸까? 연실의 이야기는 미완으로 남고 말지만 연실의 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모든 뻔한 말이 그렇듯,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조선의 가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 초기 가요사의 모습을 지나치게 무겁지도 빡빡하지도 않게 다루며, 가수의 꿈을 이루려는 연실의 성장에 우직하게 초점을 맞춘다. 시대적 한계에 짓눌리는 대신 당돌하지만 끈기 있게 발걸음을 내딛는 연실을 보노라면 자연스럽게 오늘날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안 된다고?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지만 이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패기와 힘으로 답한다. 그 별, 내가 따 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