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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공부가 뭐야?

국판 (148*210mm) ㅣ 136쪽 ㅣ 값 8,5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4475-31-8 ㅣ2012년 9월 20일

도대체 공부가 뭐야?

  • 글쎄, 공부를 꼭 해야 하는 걸까?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국영수’를 선행학습하러 이 학원 저 학원 전전하고, 자녀의 성적이 부모의 행복이 되는가 하면, 급기야는 성적 때문에 목숨을 끊는 학생들까지도 나오는 나라.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면 좋은 일이긴 할 테지만 우리나라에서 공부나 성적에 연연하는 정도는 그야말로 상상초월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놀라운 일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도대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공부 잘하기를 강요받고 있는 중이다. 왜 공부를 하냐고? 좋은 내신 성적 받고, 수능을 잘 치른 다음 명문대에 들어가려고. 그리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높은 연봉을 받고, 승진을 하고…… 논리는 뻔하다. 공부는 먼훗날의 행복을 보장해 준다는 것. 하지만 바로 지금, 아이들은 행복할까?

    『도대체 공부가 뭐야?』는 보기 드물게 공부 열심히 하는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이야기다. 공부! 공부라니? 아동문학뿐 아니라 대개의 문학에서는 사회적 규범에 충실하고(어른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인물들은 대개 ‘비호감’이기 십상이다. 반항적이고 고독하고 개성으로 넘치는 주인공 곁에서 조롱거리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더더군다나 아동문학에서 공부라니, 이건 정말 기피해야 할 소재가 아닐까? 공부란 아이들의 욕망과 가장 먼 데 위치한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공부가 뭐야?』에서는 기를 쓰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인물이, 그것도 두 명이나 등장한다.

    열한 살 영희의 큰언니, 작은언니는 소문난 공부벌레다. 하지만 영희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집안일에, 농삿일에, 어린 막내동생 돌보는 일까지 온통 할 일이 천지인데 그렇게까지 억척스럽게 공부를 해야 할까? 두메산골 깡촌인 범골에서 나가는 길은 공부뿐이라는 작은언니 말에 영희는 대답한다. “새터에 가서 버스 타고 가면 되지. 왜 공부를 해야 범골을 나간다고 그래?” 엄마 아버지 밑에서 따뜻하고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있는 영희에게는 언니들의 공부 욕심이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만큼이나 헛되어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작은언니 영희가 읍내 중학교 입학시험을 보느라 법석을 떠는 와중에 큰언니 영순이가 대구에 있는 산업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고 나서면서 집안은 발칵 뒤집힌다. 중학교 졸업하고 집안일 돕다가 부잣집에 시집이나 가라는 아버지, 입학만 시켜주면 혼자 힘으로 공부하겠다며 끝까지 반항하는 언니, 여기에 어려서 학교도 제대로 못 마친 서러움 때문에 딸들 공부에 적극적인 엄마까지 가세하면서 집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시끄럽기만 하다. 아니,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반대하는데 공부를 꼭 해야 하는 걸까?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하는 진짜 이유

     

    사실 영희네 아버지가 딸들이 읍내로 도시로 나가는 걸 반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야흐로 때는 70년대, 한국전쟁으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간첩에 대한 뉴스가 심심찮게 들리는 탓에 이북 지역 지주의 아들로 살다가 월남한 아버지로서는 신변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간첩이 자신을 잡으러 온 줄 알고 벌벌 떠는 아버지는 딸들이 넓은 세상으로 나갔다가 발각돼 위험에 빠질까 봐 노심초사다. 불안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고통을 겪는 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들은 각각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집을 떠나지만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영희는 자신만은 엄마 아버지 곁에 남겠노라고 단단히 다짐을 한다.

    하지만 5학년이 된 영희는 차츰 변화한다. 언니들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돼지를 기르고 누에를 치는 엄마 아버지 곁에서 일손을 돕는 동안 영희는 언니들이 왜 그렇게 공부를 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영희는 새로 부임해온 담임선생님 덕에 동시에 푹 빠져 동시 읽고 쓰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막내동생 호중이를 돌보느라 놀 시간도 없을 지경이다. 선생님한테 인정받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가는 데 따라 자신의 앞날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보게 된 영희. 그리고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면서 구체적으로 중학교 진학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큰언니,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작은언니, 언니들이 그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공부를 했던 이유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는 범골을 나가는 길이기도 했지만 언니들이 힘든 오늘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등불이었던 것. 이제 당찬 언니들 덕분에 불안에 떨던 아버지도 차차 안정이 되어가고, 큰언니의 디자인 상 수상을 계기로 온가족이 대구로 나들이를 가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영희는 큰언니에게 자신의 꿈을 입 밖으로 내어 말한다. “나는 좋은 글 쓰는 시인이 될 거야.”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도대체 공부가 뭐야?』는 70년대 농촌 풍경과 풍속을 잘 살려 놓은 데다 시대적 아픔까지도 담고 있어 또 다른 의미에서 읽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이다. 또 부모 세대에게는 저 옛날 소녀들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딛고 학교에 다녔는지 되돌아보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공부는 막연한 외부의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 속 별을 따라가듯 마음을 다해 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어 오늘날 우리 모두가 잊고 있는 ‘공부해야 할 진짜 이유’를 생각해보게 한다. 어쩌면 공부란 꿈을 꾸기 위해 하는 것인지도. 그리고 꿈을 가진 사람은 행복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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