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아 글 | 신지영 그림 | 국판 (148*210) | 128쪽 | 값 12,000원 | 발행일 2021년 5월 30일 | 펴낸곳 바람의아이들 | ISBN 979-11-6210-107-0
람 선생님과 도토리 약국
몸이 아픈 환자들에게 꼭 맞는 상담과 처방이 있는
람 선생님의 도토리 약국을 찾아 주세요!
아이들은 아프면서 자란다. 콧물, 기침, 배앓이 같은 증상들은 어린 시절의 필수 과정 같다. 때로는 질겁한 엄마 아빠가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가는 경우도 있으니 만만히 볼 일은 아니지만 자질구레한 병치레는 모든 아이들이 겪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병원과 약국은 아이들에게 일상적인 공간이라 할 만하다. 오죽하면 병원놀이 세트가 역할 놀이 장난감 중 큰 비중을 차지할까. 뿐만 아니라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먹은 다음 나아지는 것은 돌봄과 회복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의사 선생님이나 약사 선생님은 최초로 만나는 전문가인 것이다. 『람 선생님과 도토리 약국』은 아이들에게 익숙한 약국을 배경으로 동물 캐릭터들을 불러 모아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다람쥐인 람 선생님은 ‘도토리 약국’의 약사로 도토리를 활용해 온갖 약을 발명하고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 준다. 도토리를 빻고 찌고 뭉쳐 효과 만점의 약을 만들 뿐 아니라 증상에 따라 어떤 약이 좋을지에 대해서도 언제나 신중하다. 훌륭한 약사 선생님을 믿고 아픈 환자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람 선생님이 훌륭한 전문가인 동시에 굉장한 부끄럼쟁이라는 점이다. 환자들이 찾아오면 화들짝 놀라기 일쑤고, 증상에 대해 상담을 할 때도 부끄러운 나머지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으니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이렇게 내성적인 람 선생님이 고객을 제대로 응대하고, 올바르게 처방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람 선생님은 직업의식이 투철하고 남을 도와주는 데 보람을 느끼는 의학 전문가다. 좀 더 나은 약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동안 환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러다가 엉뚱한 방법으로 기발한 처방을 찾아내는 것도 람 선생님이 환자의 아픔을 헤아리고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람 선생님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겠다는 아기 토끼 미찡이가 왜 그렇게 두근거리는지, 염소 메아리는 어째서 추운 날씨에 얇은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지 알아내 딱 맞는 처방을 내리고, 분홍 돼지 꾸랑이의 배꼽에서 피가 나는 이유와 그 근본 원인을 찾아내 꾸랑이 엄마가 마음을 놓게 만들어준다. 증상을 없애기보다 원인을 찾고 마음의 상처까지 돌봐준다는 점에서 람 선생님이야말로 바라미 숲에 진짜 필요한 전문가임이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건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성취감 중 하나다. 따라서 우리는 이 조그만 다람쥐 선생에게서 전문 직업인의 위엄을 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