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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국판 (148*210mm) ㅣ 168쪽 ㅣ 값 8,5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4475-42-4 ㅣ2014년 4월 5일

변신

  • 거북이가 되어 버린 아이- 내가 내가 아니었으면……

     

    참 살기 고단한 세상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비교는 이제 일상이 되어, 다들 더 나은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고 있다. 어린아이들도 다르지 않다. 일찌감치 사교육의 세례를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오직 1등만을 기억하는 학교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이들의 고군분투가 그들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빛나게 해줄 수 있을까? 모르겠다. 단 하나, 아이들이 말할 수 없이 힘들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동화 작가들이 아이들을 가엽게 여기고 그들을 위로하기 위한 작품을 쓰고자 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모든 불균형은 가장 약한 고리를 공격하는 법.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좀 더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박서진의 『변신』은 병들고 아픈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염려에서부터 시작하는 작품이다. 매번 백점을 놓치지 않지만 그 이유 때문에 시험이 부담스러운 찬오, 형 찬오 때문에 언제나 찬밥 신세인 건오, 할머니와 단 둘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영지는 저마다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있다. 그중에서도 찬오가 가진 그늘은 아무도 몰라준다는 점에서 더 서늘하고 어둡다. 엄마인 고 여사에게 핀잔을 들으면서도 씩씩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건오와 불편한 환경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영지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나무랄 데 없는 성적과 생활태도를 갖고 있지만 찬오는 늘상 불안에 시달리고 친구들과도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한다. 어쩌다 옆 친구의 시험지를 훔쳐보고 틱 장애까지 갖게 되는 건 단지 우연한 기회에 폭발한 것일 뿐, 언제라도 찬오의 문제는 터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궁지에 몰린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그 끝에는 가출이나 비행과 같은 자기 파괴적 행동이 오기 십상일 것이다. 그런데 『변신』에서 작가는 뜻밖의 출구를 마련한다. 찬오가 갑자기 거북이로 변해 버린 것. ‘변신’ 전까지 과한 교육열의 폐해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의 주제는 이제 달라진다. 찬오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과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과연 찬오는 본디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나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일까?

     

    작품 속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어린이 실종 사건들이나 찬오가 시험지 커닝과 친구의 협박, 학업 부담으로 차츰 막다른 길에 몰리는 과정은 확실히 불안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작품이 어둡지 않은 까닭은 건오와 영지 때문이다. 건오는 한없이 긍정적이고 착한 캐릭터이며, 어딘가 비밀을 갖고 있는 영지와 건오가 친해지는 과정도 생동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찬오의 변신을 되돌리는 것도 결국은 건오와 영지의 몫이다. 따라서 찬오의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