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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옮기는 아이

첸 지앙 홍 글그림 | 하정희 번역 | 국판 (270*265) | 48쪽 | 값 15,000원 발행일 | 2020년 12월 25일 펴낸곳 | 바람의아이들 ISBN 979-11-6210-099-8

산을 옮기는 아이

  • 산을 옮기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매일매일, 죽을 때까지 하면 되지. 난 해낼 거야.”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중국의 고사성어로, 우직한 노인 우공이 집 앞의 산을 옮기려고 매일매일 노력을 거듭한 끝에 옥황상제의 마음을 움직여 마침내 뜻을 이루었다는 내용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는 뻔한 교훈담으로 통용되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기적에 대한 이야기다. 산을 옮긴다는 발상은 오래전 옛사람들에게 죽었다 깨어나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테니 산을 옮기려는 시도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극히 희박한 확률로 그 일을 해내고야 만다. 인류는 언제나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고 한 삽 한 삽 산을 옮기는 자세로 문명을 이루어오지 않았던가. 남들이 보기에는 어리석고 미련해 보일지 몰라도 언젠가 해낼 거라는 믿음과 끈기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어딘가에서 일어난 기적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중국계 프랑스 작가 첸 지앙 홍의 그림책 산을 옮긴 아이는 바로 우공이산고사를 모티프로 삼되 산을 옮기는 인물로 노인이 아닌 어린아이를 내세운다. ‘산이는 산으로 둘러싸인 척박한 땅에서 태어난 사내아이로, 먹고살기 위해 산을 오르내리며 고통받는 엄마를 보고 결심한다. “내가 산을 옮길 거야!” 아빠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불가능한 일이라며 고개를 젓고, 할머니는 산이보고 미쳤다고 말하지만 엄마만은 산이를 믿어준다. “우리 산이는 특별한 아이예요.” 당연히 산을 옮기는 일은 만만치 않고, 산이는 한겨울 낭떠러지에서 굴러떨어져 죽을 위기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봄이 오고 건강을 회복한 산이는 다시 돌을 깨어 한 짐 나르고, 또 다시 돌을 깨어 나르는 일상을 반복한다. 매일매일 죽을 때까지 하면 된다는 각오로 한 짐, 한 짐, 또 한 짐. 그리하여 가을의 마지막 해가 떠오르는 어느 밤, 마침내 거대한 산 세 개가 뽑혀 나가고 감격한 엄마는 산이에게 말한다. “아가, 네가 정말 산을 옮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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