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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판 (148*210mm) ㅣ 136쪽 ㅣ 값 8,5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4475-23-3 ㅣ2011년 10월 15일

숨은 소리 찾기

  • 어느 날, 나도 모르고 있던 내 모습을 만나다!


    누구나 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세계 유일의 전문가다. 일곱 살 때 아무도 모르게 엄마 지갑에서 동전을 꺼낸 일이라거나 뜀틀 시험을 볼 때마다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거나 평소에는 잘 지내지만 속으로 가만가만 짝꿍 흉을 본다거나 하는 일들을 나 말고 누가 속속들이 알고 있으랴. 자신에 관한 한 그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온전히 파악하고 있는가 하면,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특히 속마음이나 무의식적 층위로까지 깊숙이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하고 하소연을 하고 싶어질 지경이다. 이건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다. 공부도 훨씬 많이 했고, 아는 것도 경험도 훨씬 많은 어른들이지만 마음 앞에서는 똑같이 어린애라고 해야 할까?
    『숨은 소리 찾기』는 지혜네 세 식구를 통해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속마음을 딱 대면하게 된 놀라운 순간을 그려 보여준다. 지혜네 엄마 한성실 씨는 도서관 어린이열람실에서 일하는 사서다. 일하는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골치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말썽쟁이일 뿐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는 한성실 씨를 ‘한성깔’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그러니 더더욱 밉살스러울 수밖에. 아이들과 부딪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짜증스럽고 지긋지긋한 어느 날, 도서관에 아주 특별한 아이가 나타난다. 차분하고 조용하며,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와 해야 할 일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 보이는 아이. 
    한성실 씨는 아이가 마음에 든 나머지, 폐관 시간 이후에도 책을 보고 싶다는(평소 같으면 어림도 없을)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얌전히 책을 보고 문을 닫고 가겠다는 말에 열쇠까지 맡기는 한성실 씨. 그러나 다음날 아침, 한성실 씨는 깜짝 놀라고 만다. 어린이열람실 책들의 배열이 모두 바뀌어 있었던 것. 어떻게 이런 일이? 도서관 책을 무지개색 색깔별로 구분을 해놓다니! 그 아이가 하룻밤 새에 이 많은 일을 다 했다고?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도서관 관장님이 독서 주간이 시작되는 첫날, 재미있는 기획을 했다고 만족스러워할 뿐 아니라, 아이들도 너무나 신나 했던 것. 그 아이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퇴근한 엄마를 보고 지혜가 묻는다. “밤샘 근무를 하더니 엄마 몰골이 이게 뭐야?” 밤샘 근무를 했다고? 내가? 그렇다면 그 아이가 바로……?!?!

     

    지금은 마음속 숨은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숨은 소리 찾기』는 지혜네 엄마 한성실 씨, 맹지혜, 지혜네 아빠 맹완석 씨의 차례로 돌아가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세 식구가 번갈아 화자로 등장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세 편의 단편동화로 봐도 무방할 만큼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주인공들의 눈에만 보이는 수상쩍은 인물이 나온다. 한성실 씨에게 나타난 모범생 아이가 그렇고, 지혜가 방안에서 몰래 키우던 말하는 고양이 ‘하고’와 맹완석 씨가 만나는 수다쟁이 남자애도 그렇다. 어느 날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이상한 존재들. 
    지혜는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다 ‘하늘에서 내려온 고양이’라는 뜻의 이름도 지어주고, 엄마 몰래 살뜰히 보살피는데 하고는 지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부추기더니 문득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지혜 방에는 고양이가 살았다는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과연 하고는 진짜 존재하기는 했던 걸까? 어쨌든 지혜는 하고의 응원에 힘입어 엄마한테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다 털어놓을 수 있게 되고, 덤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깨달음도 얻는다. 
    가족들과 떨어져 외딴 기상대에서 근무하는 맹완석 씨에게 나타난 남자아이도 이상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느닷없이 창고에서 발견이 되었다가 창고로 들어가 사라진 아이.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는데도 누구도 그 아이를 봤다는 사람이 없는 이상한 존재. 그러나 그 아이가 단순히 허깨비가 아닌 까닭은 그 아이가 잔뜩 떠들어댔던 이야기들이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허황된 이야기에는 기상대에 근무하는 어른들이 어렸을 때 꾸었던 꿈들이 모자이크처럼 투영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맹완석 씨도 그제야 꾹꾹 억누르고 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밖으로 표현해볼 수 있게 된다. 꿈이나 상상력이란 이렇게 행복을 찾아갈 때 바라볼 수 있는 깃발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도서관의 아이, 맹랑한 고양이 하고, 뻥쟁이 소년은 모두 지혜네 가족이 가슴 깊숙이 묻어두고 있던 꿈이요 상상력이다. 그리고 그 꿈과 상상력은 그들 나름의 본모습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까칠하기만 하던 한성실 씨에게도 도서관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고, 고분고분 말 잘 듣고 지레 포기하는 일이 많은 지혜도 가끔은 건방지고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혜 아빠 맹완석 씨가 남자아이를 찾아 창고로 갔다가 수많은 나비와 장구벌레와 개미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환상을 볼 때 마음속에서는 닫혔던 문이 활짝 열리는 것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란 결국 마음속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할 테니 말이다. 환상이어도 좋고, 꿈이어도 좋고, 마법이어도 좋다. 내가 아니라면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그러니 어느 날 문득, 낯선 존재가 우리를 찾아온다면 반갑게 맞아줄 일이다. 이렇게 『숨은 소리 찾기』는 자기 자신의 솔직한 마음에, 있는 그대로의 감정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은근히 권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