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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나랑 달라도 너무 달라

이만경 글·그림

국판 (226*276) | 32| 18,800

발행일 | 20230815

펴낸곳 | 바람의아이들

ISBN | 979-11-6210-211-4 (74800) SET ISBN | 978-89-90878-09-0

아빠랑 나랑 달라도 너무 달라

  • 아빠는 왜 맨날 잠만 자? 그럼 난 누구랑 놀아!

    그냥 쉬고 싶은 아빠와 마냥 놀고 싶은 아이가 함께한 하루

     

    모처럼 맞이한 휴일,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오후에는 낮잠도 한숨 자면 좋으련만. 젊은 아빠는 아내가 출근한 뒤 아이를 돌봐야 한다. 게다가 오래 미뤄두었던 담장에 페인트칠도 해야 하니, 휴일이라고 제대로 쉴 수나 있을까. 피로가 쌓인 몸은 천근만근, 때마침 일기예보가 들려온다. “오늘 곳곳에 소나기 소식이 있습니다. 낮부터 강한 비바람이……그래, 이거다! 페인트칠도 미루고, 아이와 나가서 놀 수 없는 핑곗거리도 생겼으니 집에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눈치껏 잠들어도 되겠지.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노는 날이 뭐가 이래?” 누가 뭐래도 아빠의 휴일은 노는 날이라고 믿는 아이는 고분고분 집에 있을 생각이 없다.

    이만경의 그림책 아빠랑 나랑 달라도 너무 달라는 아빠의 쉬는 날과 아이의 노는 날사이의 차이와 거리를 이야기한다. 쉬고 싶은 아빠는 일기예보 때문에 밖에 나가 놀 수 없는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고, 놀고 싶은 아이는 비가 내려도 재미있게 놀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비가 많이 온대.” “그럼 우산을 쓰면 되지.” 우산을 쓰고 나가면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도 들을 수 있고 물웅덩이를 첨벙첨벙 밟고 돌아다닐 수도 있다. 어쩌면 우산을 뒤집어 빗물을 받으면 수영장이 될지도. 비가 더 많이 오면 빨간 우비를 입고 슈퍼맨이 되거나 빨간 모자처럼 늑대를 피해 도망칠 수도 있다. 만약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조그만 아이가 휭휭 날아가면 어쩌지? 그것도 문제 없다. 슈퍼맨 같은 아빠가 꽉 잡아 주면 되니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비바람이 불어서, 천둥번개가 쳐서…… 밖에 나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밖에서 놀아야 할 이유도 수만 가지다. 아빠와 아이가 실랑이를 하는 동안 아이의 상상 속에서는 빗물이 모여 수영장이나 강물이 되고, 바람은 온 세상을 날릴 만큼 쌩쌩 불어 닥친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은 아빠에게 합리적인 핑곗거리가 되지만 아이의 머릿속에서 백 배 천 배 부풀어 올라 엄청 신나고 재미있는 모험을 상상하게 만든다. 아빠의 쉬고 싶은 마음과 아이의 놀고 싶은 마음이, 합리적인 핑계와 상상 속 모험담이 창과 방패처럼 챙챙 맞부딪히는 동안 이야기는 차근차근 하나뿐인 결말로 나아간다. “그럼 빗방울 떨어지면 바로 들어오는 거다!” “야호! 신난다! 우리 아빠 최고!” 그렇게 아빠가 완패하고 말았다는 슬프고도 흐뭇한 이야기.

     

    고단한 일터에서 돌아와 휴일이면 잠만 자는

    세상의 모든 아빠들에게 바치는 그림책

     

    아빠랑 나랑 달라도 너무 달라는 장마철이나 태풍이 불어오는 시기, 꾸물꾸물한 날씨를 꼭 빼어닮은 그림책이다. 연필화를 바탕으로 일부분이 푸른색으로 채색된 그림은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간간이 습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를 온몸으로 감지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빠와 아이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밖에 나가서 놀아도 되는 이유를 찾는 동안 빗방울이 모여 파랑색 물웅덩이가 되고 아빠와 아이의 빨간 우비는 아이의 놀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드러내준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색깔이 하나씩 더해지고, 방 안에 널브러져 있던 장난감 인형들이 상상 속 모험의 길동무가 되는 동안, 그림책 페이지마다 조금씩 온기가 찾아드는 느낌이다.

    비 오는 날만큼 아이와 어른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때가 또 있을까. 어른들에게 장마철이 축축하게 바짓단이 젖고 우산에서 흘러내린 빗물 때문에 사방이 지저분해지는 계절이라면 아이들에게는 그저 밖에 나가서 놀 수 없는 답답한 시절일 뿐이다. 어떻게든 밖에 나가서 놀 수 있다면 비바람과 천둥번개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아빠랑 나랑 달라도 너무 달라는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녀, 아빠와 딸이 갖고 있는 생각과 감정, 욕망의 차이를 드러내주는 동시에 아빠가 조금씩 아이에게 설득되어 가면서 아이의 세계가 품을 넓혀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들 만큼 힘들 때도 기운을 내 아이를 돌보고 힘껏 놀아주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란 얼마나 보편적인지. 그리고 이 보통의 풍경이 전해주는 건 결국 아이와 아빠 사이의 애정과 유대감이다.

    오랫동안 돌봄과 재생산 노동은 여성의 몫이었고, 아빠들은 어쩌다 잠깐 아이와 놀아주는 것으로 아이의 짧은 유년 시기를 흘려보내곤 했다. 가부장 사회에서 수많은 남성이 나이들어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남성의 육아휴직이 증가하고 아이 돌봄을 전담하는 젊은 아빠들이 생겨나는 등 남성의 육아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아빠들은 장시간 일하고 높은 사회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느라 미처 아이와 놀아줄 시간을 내지 못한다. 아빠랑 나랑 달라도 너무 달라는 어느 정도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되 아이와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빠의 소망을 담아 낸 그림책이다. 쉬고 싶은 마음과 놀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할까? 이것은 아이와 부모, 혹은 아이가 없는 사람들까지도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출퇴근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아빠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동시에 아이의 놀고 싶은 마음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인정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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