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은 지음 | 국판 (148*210) | 226쪽 | 값 13,000원 | 발행일 2021년 3월 31일 | 펴낸곳 바람의아이들| ISBN 979-11-6210-104-9
안녕, 나의 우주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년 앞에 나타난 이상한 남자
아빠가 떠나고 외계인이 나타났다
모든 죽음은 갑작스럽다. 한 시점을 기준으로 단숨에 삶과 죽음이 갈리고, 남은 사람들은 장례를 치르느라 정신없는 며칠을 보내고 뒤늦게 빈자리를 확인하고는 허망해진다. 내가 알던 사람, 나와 가깝던 사람, 내가 사랑하던 사람은 어디에 갔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무엇보다도 죽음의 문제는 절대로 되돌릴 수가 없다. 사별을 겪은 사람들은 언제나 한발 늦게 주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래서 아동청소년문학에서 죽음을 이해하는 일은 보편적이고 긴요하며 가혹한 주제이다. 특히나 부모의 죽음은 아이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상실감 이상의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녕, 나의 우주』에서 열네 살 주인이는 아빠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다. 단둘이 낯선 섬에 들어와 살다가 아빠가 떠나 버렸으니 슬프다기보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장례는 끝나 있고, 아빠의 유골을 끌어안은 채 그제야 상황을 정리해 보려는 참이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연약한 중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나뿐인 고모가 일처리를 마치고 데려가기를 기다리는 일뿐이다. 어른들이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다 보면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갈 테고, 주인이는 아빠 없는 삶에 강제로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 나타난다. 스스로를 외계에서 왔다고 소개하는 어수룩한 남자.
이야기는 아빠의 죽음으로 어리둥절한 소년에게 외계인을 돌보고 가르치고 숨겨주는 임무를 부여한다. 남자는 손에서 나오는 빛으로 망가진 카메라를 고치고 물건을 둥둥 띄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어린아이보다도 무능력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바닷가에 쓰러져 있는 취약한 상태로 등장해서는 먹고 자고 입는 모든 것을 어린 소년들에게 의지해야하는 처지다. 먼 곳에서 온 외계인이라면 머지않아 떠나야 할 테니 주인이는 주위 어른들에게 남자를 삼촌이라고 소개하며 며칠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조금은 지긋지긋하고 짜증도 나지만 뭐, 어쩌랴. 조금만 참으면 될 일. 그러나 주인이는 외계인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에게 낚시와 수영을 가르치고 천체사진을 보여주거나 아빠 이야기를 하고 위로받기도 하는 동안, 차츰차츰 자기도 모르게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