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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판 (148*210mm) ㅣ 468쪽 ㅣ 값 15,0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4475-37-0 ㅣ2013년 4월 25일

열두째 나라 '완전한 세계의 이야기 4'

  • ‘완전한 세계’ 그 네 번째 이야기

     

    김혜진의 ‘완전한 세계’ 시리즈는 한국 아동문학사에서는 보기 드물게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쓰여지고 있는 판타지 작품으로, 『아로와 완전한 세계』(2004), 『지팡이 경주』(2007),『아무도 모르는 색깔』(2008)로 이어지는 동안 수많은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 왔다. 아로, 아현, 아진 삼남매가 차례로 판타지 공간인 ‘완전한 세계’로 건너가 현실 세계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갖가지 모험을 겪고 돌아온다는 이 시리즈는 탄탄한 서사와 놀라운 상상력으로 읽는 재미를 주었을 뿐 아니라, 주인공이 내적 성장을 이루어내기까지의 진지한 성찰과 삶에 대한 긍정적 이해 등 아동문학으로서의 기본에도 충실한 작품으로 평가받아 왔다.

    매 권마다 500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의 판타지 작품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온 까닭은 무엇보다도 작가가 창조해낸 ‘완전한 세계’가 가진 매력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생김새와 존재방식을 갖고 있는 열두 종족이 사는 열두 나라라니, 그 안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여기에 ‘불완전한 세계’라고 불리는 현실 세계로부터 건너간 아이들이 맞게 되는 여러 위기와 시험은 그 자체로 흥미롭기도 하려니와 통과의례와 성장에 대한 은유로 읽기에도 충분했다. 또한 엄마를 잃은 삼 남매가 ‘완전한 세계’에 다녀온 후 현실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판타지가 가진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1편 『아로와 완전한 세계』가 나온 지 10년 만에, 3편 『아무도 모르는 색깔』이 나온 지 5년만에 선보이는 4편『열두째 나라』에는 ‘불완전한 세계’에서 건너간 ‘읽는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1, 2, 3편이 시간 순서대로 놓여 있었던 것과 달리 『열두 째 나라』는 아예 1편보다도 훨씬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로 삼남매가 ‘완전한 세계’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독자라면 잠시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또 현실세계에서 판타지세계로 건너갔다 오는 것이야말로 ‘판타지’ 장르의 모범적인 문법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잠시 어리둥절할지도 모르겠다. 요컨대, 『열두 째 나라』는 ‘완전한 세계’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인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이며, 이미 존재하는 ‘완전한 세계’ 시리즈의 열혈 독자들을 위한 ‘외전外傳’인 동시에 새로 진입하는 독자들을 위한 친절한 ‘전사前史’이기도 하다.

     

    아주 먼 옛날, ‘완전한 세계’가 불완전했던 때가 있었으니……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 제시된 프롤로그에서는 “아주 먼 옛날, 아로와 아현과 아진이 완전한 세계에 가기 훨씬 전” 완전한 세계가 열두 나라로 이뤄졌다는 것을 몰랐던 때,한 소년이 열두째 나라를 발견해냈다고 이야기한다. 이 ‘열두째 나라를 찾아낸 이’는 오랫동안 두고두고 영웅으로 칭송되지만 사실은 지극히 평범한 소년이었다는 설명은 『열두째 나라』 주인공인 ‘참’에 대한 핵심적인 요약이라고 볼 수 있다. 공중도시로부터 버림받은 문지기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사실은 참에게 주어진 사명이 운명적이고 필연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날개가 있는데도 날지 못하고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선명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참이 가진 치명적 약점이 된다. 그리고 참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이 작품의 기본적인 뼈대가 된다.

    이야기는 꿈의 사막에서 자란 날개 달린 소년 참이 자기의 고향인 공중도시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데서 시작된다. 여기에 ‘꿈잣는이’ 소년 명이 따라나서면서 이들의 본격적인 모험이 펼쳐지는 것이다. 여간해서는 꿈의 사막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는 꿈잣는이가 밖에 나가기를 꿈꾼 이유는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어주고 싶어서이다. 완전한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소망은 상자에 담겨 꿈의 사막에 보관되고 있었던 것. 바깥세상으로 길을 떠난 소년들이 겪는 모험에 강력한 동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전체 줄거리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되어 주지만, 그 동기가 다른 사람의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해서라는 사실은 이 이야기의 주제가 뜻밖에도 무척이나 숭고하고 철학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진정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다른 사람의 희망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소망을 이루는 일의 부당함 같은 것들은 자신의 욕구와 소망에 충실한 어린이들이 한번쯤 꼭 생각해봐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열두째 나라』의 진짜 장점은 참과 명, 두 소년이 겪는 모험 이야기가 정말로 흥미진진하다는 점이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혔다시피,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꿈의 사막’ ‘공중도시’ ‘불의 나라’는 이전 시리즈들에서 그리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곳으로, 꿈을 통해서 오갈 수 있다거나 하늘에 떠 있다거나 땅 속에 있다거나 하는 등의 기본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이다. 여기에 참과 명의 캐릭터는 물론, ‘소망상자 주인 찾기’ 미션에 동참하는 탐험대의 면면도 모두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어 읽는 재미를 준다. 또 중요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들에게는 모두 나름의 절실한 이유가 있고, 쉽게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선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점은 아동문학으로서 이 책이 가진 중요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과 세계를 최대한 이해하려는 긍정적인 세계관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 모험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

     

    무려 500페이지를 넘는 엄청난 분량과 수많은 하위 플롯의 결합으로 짜여진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어린이들에게는 고된 과제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읽고 보여준 어린이 독자들의 반응은 무척 뜨거운 것이었다. 알고 보면, 분량 자체는 독서를 방해하는 본질적인 장애 요인은 아닌 것이다. 더구나 ‘불의 나라’를 둘러싼 미스테리(‘불의 나라’는 진짜로 존재하는 곳인가?), 빈땅이라는 으스스한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상쩍은 음모, 상시 비상사태를 맞고 있는 공중도시가 숨기고 있는 부끄러운 역사 등그 안에 담겨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거대한 톱니들처럼 딱딱 맞아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결국 『열두째 나라』는 판타지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문학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공중도시와 불의 나라가 보여주는 극단적인 공간적 대비, 사회적 약자들이 갖게 되는 분노와 그 비극적 결말, 궁극적인 해결책은 언제나 정반대의 방향에서 찾아진다는 아이러니,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우정이나 배려와 같은 보편적 가치 등 이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의미는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해석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무엇보다도 진정한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험은 언제나 결과보다는 과정을 눈여겨보게 하는 법,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의 자세도 이와 같다. 어쨌든 푹 빠져서 즐겁게 책 읽기! 완전한 세계 시리즈의 이 놀라운 ‘프리퀄’은 완전한 세계라는 하나의 세계를 보다 탄탄하게 뒷받침해주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만족스러운 독서 체험을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