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록하트 지음 | 하윤숙 옮김
변형판 (130*215mm) | 양장본
312쪽 | 19,800원
발행일 | 2024년 10월 5일
ISBN 979-11-93801-10-9
우리는 거짓말쟁이
#첫사랑 #이별 #섬 #여름 휴가 #유산 #부자 #비밀 #기억상실 #인종주의
E. 록하트 지음
본명은 에밀리 젠킨스. 1967년 미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매사추세츠, 시애틀과 워싱턴에서 성장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신경증을 앓는 소녀 루비 올리버를 주인공으로 하는 『남자 친구 리스트The Boyfriend List』 외 세 편의 청소년소설 시리즈를 펴내면서 작가로서 널리 이름을 알렸다. 2008년 『프랭키 란다우뱅크스의 불명예스러운 역사The Disreputable History of Frankie Landau-Banks』로 마이클 L. 프린츠상과 시빌스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고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4년 출간된 『우리는 거짓말쟁이We Were Liars』는 미국에서 50만 부, 영국에서 22만 5천 부 이상 팔렸으며 전 세계 39개국에서 출간되었다. 2024년 아마존 프라임 TV 시리즈로 방영될 예정이다. 현재 뉴욕 시에 거주하며 햄린 대학교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하윤숙 옮김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그림자 없는 남자』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벌의 사생활』 『불평등의 창조』 『깃털-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 『밤, 호랑이가 온다』 등이 있다.
아름다운 지상 낙원 비치우드 섬에서 보내는 여름
그리고 갑자기 시작된 첫사랑
여기,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명망 있는 가문이 있다. 금발에 큰 키, 흰 피부를 가진 이들은 대대로 부유하고 온화한 성품을 갖고 있으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진보적인 사고의 소유자들이다. 해리스 싱클레어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티퍼 태프트, 그리고 어여쁜 세 딸 캐리, 베스, 페니. 연이어 화려한 결혼식이 열리고, 역시나 금발의 손주들이 태어난다. 이제 여름이 되면 온 가족이 집안 소유의 섬 ‘비치우드’에 모여 휴가를 보낸다. 섬에는 성채처럼 자리잡은 저택 ‘클레어몬트’가 있고 세 딸들 소유의 집도 세 채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뭐든 허용되는 아름다운 지상낙원. 싱클레어 가문의 3세이자 동갑내기 사촌 케이든스, 미넨, 조니는 어려서부터 섬을 뛰어다니며 함께 자라고 여덟 살이 되던 해, 바깥세상에서 온 갯이 합류한다.
『우리는 거짓말쟁이』는 바로 이 발랄한 십대들, 일명 ‘거짓말쟁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집안 소유의 섬에서 보내는 여름 휴가,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사촌들, 고용인들이 제공하는 온갖 편의와 화려한 만찬, 너그럽고 인자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다정한 이모들. 그 어떤 결핍이나 상처도, 그늘도 없을 것 같지만 이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엄마들이 모두 결혼에 실패하여 아빠가 부재중이라는 것. 이야기의 화자인 케이든스 역시 엄마아빠의 이혼 때문에 상심한다. 그리고 이듬해 비치우드 왕국을 온화하게 유지시켜주던 할머니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싱클레어 가족들은 모두 강렬한 상실감을 겪는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여름, 섬에 모인 가족들은 모든 시름을 잊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며, 케이든스는 똑똑하고 다정한 소년 갯과 바야흐로 첫사랑에 빠져든다.
캐리 이모가 데려온 연인의 조카 갯은 여덟 살 때부터 쭉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내지만 유일한 외부인이다. 어떻게 한 개인이 섬을 소유할 수 있지? 왜 어떤 사람들은 화장실도 없는 곳에서 사는데 어떤 사람들은 무한정 소유하는 거지? 갯이 연이어 의문을 쏟아놓자 사촌들은 불편해하며 외면하지만 케이든스는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갯에 대한 사랑으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케이든스는 생각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걸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는 없는 걸까? 그렇게 케이든스와 갯이 계급 차이와 집안의 반대로 시련을 겪는 절절한 로맨스인가 싶은 순간, 이야기는 돌연 방향을 바꾼다. 어느 날 밤, 혼자 바닷가에 나간 케이든스가 사고를 당하고 모든 기억을 잃게 된 것. 과연 그날 밤 케이든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날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매일 듣고 매일 잊어버리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거짓말쟁이』는 화창한 여름날 펼쳐지는 하이틴 로맨스로 시작하지만 이내 강렬한 미스테리가 된다. 이야기는 열일곱 살의 케이든스가 섬에서 보내는 여름 휴가를 배경으로 2년 전 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케이든스는 왜 혼자 바닷가에 갔을까, 그때 다른 거짓말쟁이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이듬해 케이든스가 섬에 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2년 만에 찾은 섬은 온통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완전히 새로 지은 할아버지의 저택, 그 저택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거짓말쟁이들, 부쩍 친밀해진 엄마와 이모들, 여전히 다정하지만 마음을 알기 어려운 갯까지.
1인칭 화자 케이든스가 뇌 손상에 의한 기억상실증과 지독한 두통을 앓고 있으므로 사건의 전모는 흐릿하게 감춰진 상태이다. 케이든스는 파편적인 몇몇 장면을 기록하고 이어 붙이며 사건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지만 웬일인지 가족들은 입을 열지 않는다. 엄마 말로는 케이든스가 매일 똑같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듣고도 잊어버린다는데 케이든스가 되풀이해 묻는 진실은 무엇일까? 어쩌면 케이든스는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기억하기를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독자들은 케이든스의 혼란과 답답함을 공유하는 동시에 케이든스의 무의식이 억누르고 있는 기억에 어떤 함정이 있을지 의심하고 또 의심하게 된다.
『우리는 거짓말쟁이』는 주인공 케이든스가 기억을 되찾고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비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거기에는 미국의 파워 엘리트 상류층인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의 폐쇄적인 가족 제도와 기만적인 세계관이 치밀하게 담겨 있다. 화려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던 거짓말쟁이들이 십대가 되자마자 가족들 사이의 균열이 드러나는 건 필연적이다. 마냥 행복하던 유년기가 지난 후 아이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위치한 곳을 알아차리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치밀한 미스테리 구조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순진하고 예민한 십대 소녀가 느끼는 불안과 죄의식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소설가 정세랑은 추천사에서 “열다섯에서 열여덟, 알아온 세계와 마찰을 일으키고 변화를 갈구하는 깨어나고 피어나는 나이를 이토록 치밀히 그려내다니 감탄스럽다”고 말한다. 이렇듯 생생한 묘사, 매력적인 캐릭터, 이야기적 재미가 돋보이는 소설이지만 다 읽고 나면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과 결핍, 어긋난 관계 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굿리즈 초이스 어워즈>나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우수 소설로 선정되는 등 주목받은 베스트셀러이며, 2024년 아마존 프라임 TV 시리즈로 방영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