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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도시

국판 | 508쪽 | 13,000원 | ISBN 978-89-94475-06-6|2010.08.10

종이 도시

  • 11단계의 장난, 몇 가지 실마리, 그리고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

     

    『종이 도시』의 중심은 분명 장난기 가득하고 매력적인 마고에게 있다. 쿠엔틴이 마고를 찾아나서는 것은 그녀가 걱정되기 때문이고, 그날 밤 마고와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나 특별했기 때문이고, 그녀를 오랫동안 사랑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마고를 찾기 위해 자동차 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벌이는 작은 소동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보다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쪽은 마고가 아니라 쿠엔틴과 벤, 레이더, 레이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종이 도시’란 지도를 만들 때 판권 침해를 막기 위해 넣는 가짜 지명을 일컫는다. 지도에는 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도시라는 뜻이다. 한편 25층 건물에서 밤거리를 내려다보면서 마고가 종이 도시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현실을 가리키기도 한다. 요컨대 마고에게 남들과 같은 삶이란 거부해야 할 것들이다. 별다른 의미나 진심을 담고 있지 않은 일상이란 있으나마나이므로. 

    마고의 여행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끝에 감행한 것이라면 쿠엔틴 일행은 그저 마고의 흔적을 향해 무작정 돌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예측 가능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충동적이고 절실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분명히 흔치 않은 경험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가끔은 짜증을 느끼고 죽을 고비를 넘기도 하면서 마고를 향해 다가간다. 그러나 그 끝에 만난 마고는 무척이나 덤덤하고, 갑자기 나타난 아이들을 반기지 않는 눈치다. “네가 남긴 실마리를 통해서 너를 알게 되었어. 너보다 그 실마리들을 더 좋아해”라는 레이더의 말은 이들의 여행이 몹시 실망스러운 결과에 이르렀다는 항복 선언처럼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들에게 정말 이 여행이 쓸모없고 무의미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원래 모든 일에는 과정이 중요하고, 마고를 찾아 떠난 여행은 결국 그들 자신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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