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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판 (148*210mm) ㅣ 600쪽 ㅣ 값 13,0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0878-44-1 ㅣ2007년 6월 10일

지팡이 경주 '완전한 세계의 이야기 2'

  • <아로와 완전한 세계>에 이은 ‘완전한 세계’ 2탄! 

    판타지의 힘은 온갖 불가능과 한계로 발목을 붙들린 현실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 서울에서라면 가정과 학교, 사회의 보살핌 내지 간섭 없이는 한발짝도 옮겨놓기 힘든 어린이가 판타지 세계로 가서는 만인을 위해 험한 방랑길에 나서기도 하고 더할나위없이 무시무시한 악당과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것! 마침내 세계를 구원하지 못할 것이라면 판타지는 필요치 않을 것이다. 낙망과 좌절, 슬픔과 고통은 현실에서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의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것과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은 엄연히 별개다. 판타지는 현실의 거울이고 비유이다. 그런 점에서 판타지 세계인 ‘완전한 세계’와 현실 세계인 ‘불완전한 세계’가 동전의 앞뒷면처럼 한짝을 이루는 <아로와 완전한 세계>의 판타지는 꽤 논리적인 것이었다.

    나름의 논리와 원칙에 의해 구성된 매력적인 판타지 세계란 쉽게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인 만큼 쉽사리 잊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 세계의 창조자인 작가들로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판타지는 속편이 출현하기 쉬운 장르이기도 하다. <지팡이 경주>는 ‘완전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두 번째 이야기로, 주인공도 전작의 주인공인 아로의 오빠 아현이다. 별꽃나라, 호수섬, 건축도시, 노래나라, 색채나라, 초원나라, 섬나라, 산나라, 유리성, 공중도시, 불의 나라, 그리고 꿈의 사막이라는 열두 나라로 구성된 완전한 세계 역시 전작에서 창조해 낸 그대로다. 그러나 <지팡이 경주>는 이미 존재하는 판타지에 기대어 편안한 길을 가는 대신 한 단계 더 도약한다. 작가는 후속작이 범할 수 있는 매너리즘의 덫을 가볍게 뛰어넘어, 지팡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새롭게 등장하는 온갖 판타지적 산물들을 또 다시 창조해 냈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주인공, 주인과 함께 자라는 지팡이

    황사가 뒤덮은 봄날 오후, 평범한 중학교 3학년생인 아현은 농구 시합에 응원을 가려고 들떠 있는 학교 분위기가 못마땅하다. 자신을 둘러싼 평범한 일상이 지긋지긋한 아현의 앞에 홀연히 열린 체육관 창고문, 그리고 그 안으로 보이는 낯선 세계. 자신도 모르게 완전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아현은 지팡이 경주에 나가려는 호수섬 왕자의 일행을 만난다. 무기력하고 어두운 표정의 왕자 르겔, 왕자를 보좌하는 검은 머리 소년 뮌, 왕자의 사촌 르에와 함께 지팡이 경주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은 아현은 지팡이 경주가 열리는 섬나라로 가서 근원에서 왔다는 지팡이를 받아들고 경주를 시작한다.

    <지팡이 경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다름아닌 지팡이다. 나무도 돌도 아닌 근원의 광석으로 만들어진 지팡이는 조그만 눈코입이 달려 있어 말도 하고 스스로 생각도 할 수 있으며 경주가 진행되어 갈수록 주인과 닮아 간다. 작가가 그려낸 지팡이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조그마한 눈, 도톰하게 솟아난 작은 코,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입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른다. 떠들썩하게 수다를 떨거나 토라지기도 하고 의뭉스럽게 말대꾸를 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아현의 지팡이는 신비롭고 그늘진 뮌이나 명랑하고 생각이 깊은 르에보다도 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믿을 수 있었다. 아현은 지팡이가 더할 나위 없이 가깝게 느껴졌다. 아현과 하나인 지팡이. 그에 더해 지팡이는 아현을 걷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또 다른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종류의 일체감은 아현으로서는 처음 느껴 보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지팡이 경주였다.

     - <지팡이 경주> 중에서

     

    되풀이되는 판타지, 그곳에 삶이 있다

    ‘저쪽’ 세계로 들어갔다가 ‘이쪽’ 세계로 돌아오는 판타지 동화는 집을 떠나 모험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동화의 도식에 가장 잘 들어맞는 형식이다. 모험이거나 혹은 여행이거나. 그런데 모험이든 여행이든 낯설고 새롭지 않으면 식상하기 마련이다. 모퉁이를 돌면 나오는 슈퍼마켓이나 매일 보는 학교 교문이 눈에 띄지 않듯이. 그런 의미에서 김혜진 작가가 들려주는 완전한 세계의 두 번째 이야기는 성공작이다. 한번 경험한 익숙한 공간을 완전히 낯설고 새롭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목적지가 동일한 여행은 되풀이될수록 여행지에 대한 이해를 깊게 만든다. 그리고 자꾸만 되풀이된다면 그곳은 이미 여행지가 아니다. 그곳에는 삶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세 번째 이야기를 기대할 만하다. 아현에게는 꼬마 동생 아로 말고도 누나 아진이 있다. 그렇다면 아진에게도 완전한 세계로 향하는 통로가 열리지 말란 법이 없다. 아니, 마땅히 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삼남매일 리가 없지 않은가. 아로의 부모님이 삼남매만 두었다는 게 몹시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