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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내가 있다

알렉스 쿠소 글 | 키티 크라우더 그림 | 신혜은 번역 | 국판 (172*222) | 52쪽 | 값 15,500원 발행일 | 2020년 11월 10일 펴낸곳 | 바람의아이들 ISBN 979-11-6210-096-7

내 안에 내가 있다

  • 나를 찾아 내 안으로 떠나는 놀라운 여행

    내가 되기 전까지, 난 내 안에 없었다. 다른 곳에 있었다.”

     

    오래전, 어느 가수가 슬픈 목소리로 노래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또 어떤 드라마 속 인물은 심란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 안에 너 있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 것도, 내 안에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도 부대끼고 불편한 일이다. 그것이 욕망이든 불안이든 사랑이든, 내 안을 가득 채운 것이 나 아닌 다른 무언가라면 우리는 결코 평안에 이를 수 없을 것이다. 흔들리고 오락가락하지 않으려면 내 안에는 오로지 나만이 존재해야 하고 왕처럼 든든히 버티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내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내 안에 내 자리를 찾아주는 일은 일생일대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 그림책 내 안에 내가 있다는 심리 치유와 관련하여 자아 탐색의 서사를 풀어낸다. 이야기는 내가 항상 나인 건 아니었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눈 쌓인 황량한 벌판을 헤매는 인물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채,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내가 항상 내가 아니라면 나는 누구이며,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한 문장, 한 문장이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내 안을 헤매며 괴물을 만나고, 괴물과 대결을 벌인다. 스스로를 인식하고 내 안의 괴물을 맞닥뜨리는 일은 성장의 은유이기도 하고 심리 치유의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나를 괴롭히는 내면의 그림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온몸으로 부딪쳐 보기. 그러나 날마다 괴물을 만나 내기를 벌여도 승부가 끝나지 않고, 모든 것이 날마다 되풀이된다면 이대로 계속해도 괜찮은 걸까?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문제는 이다. 언어란 이름을 붙이고 호명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서로 나누며 소통하는 것이다. 괴물과 끝도 없는 대결을 펼치더라도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진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말은 안에서 밖으로 뱉어지는 것이다. 마음을 털어놓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러나 괴물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고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꺼내어지지 않는다면 이제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마침내 나는 괴물에게 먹히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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