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옷을 입고 현대를 살아가는 죽음의 신 짙은 고독의 다채로운 빛깔들
요안나 카르포비치의 화집 『아누비스 : 얇은 장소들』은 이집트 죽음의 신 아누비스를 카페, 세탁소, 극장 같은 평범한 일상 공간으로 불러들인다. 검은 늑대 머리를 한 그는 무뚝뚝하고 이질적인 존재감을 풍기면서도 대도시의 익명적 삶을 살아가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늘 혼자이거나 함께 있어도 고독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부제 ‘얇은 장소’는 삶과 죽음, 인간과 신, 고독과 동행이 맞닿는 경계의 감각을 뜻하며, 표지작 〈뉴저지의 세탁소〉에 숨겨진 영생의 상징 앙크는 그 경계 위에 내려앉은 가느다란 계시와도 같다. 무루 작가는 해설에서 죽음이 삶과 대척하는 것이 아니라 “내내 드리워져 있는 그림자”로서 늘 동행해왔음을 짚어내며, 이는 코로나19 시기 ‘격리 감성’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공감받았던 현대 도시인의 근원적 고독과 맞닿는다. 결국 이 화집이 묻는 것은 텅 빈 도시에서 쓸쓸함을 느끼는 존재가 아누비스인지, 아니면 그를 바라보는 우리 자신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죽음의 신 사후세계 이집트 신화 대도시 일상 외로움
화가이자 만화가이며 일러스트레이터. 얀 마테이코 미술 아카데미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2001년 레셰크 미시아크의 스튜디오에서 학위를 받았다. 현재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림책 에세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와 『우리가 모르는 낙원』를 썼고, 『섬 위의 주먹』 『할머니의 팡도르』 『인생은 지금』 등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정원정 번역가와 함께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