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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야?

크리스티앙 볼츠 지음 | 김시아 옮김

변형판 232*232(mm) | 48| 17,800

발행일 | 20231231

ISBN | 979-11-6210-220-6

원제 | Et toi, et toi?

너는, 너야?

  • 이상해, 끔찍하고 무서워, 근사해, 포근하고 다정해

    아니 근데, 도대체 누구에게 하는 말이야?

     

    아기는 자라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배고플 때, 추울 때, 엉덩이가 축축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우고, 귀여운 미소와 재롱으로 사랑 받는 법을 터득하고, 언어도 습득한다. 그리고 조금 더 자라면 친구를 사귀거나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규칙을 배우면서 사회생활도 시작한다. 어린아이의 세상은 날마다 조금씩 더 넓어진다. 새로운 얼굴, 새로운 환경, 새로운 행동과 감정들. 세상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다. 그중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포함된다. 내가 누구냐고? 어린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문제 아닐까? 쉬운 일이었다면 일찍이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하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자신을 이해한다는 건 어린아이든 나이 든 노인이든 모든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다. 나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을 개나 고양이가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크리스티앙 볼츠의 너는, 너야?는 바로 그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그림책이다. 물론 어린아이가 등장하고, 어린이 독자들이 주로 읽게 될 그림책이니만큼 너무 진지하고 무겁지는 않다. 무겁기는커녕 오히려 장난스럽고 유머러스하다. 먼저 너는, 너야?”라는 질문이 있다. 그리고 눈이 동그랗고 머리카락은 부스스하며 어딘가 좀 시무룩해 보이는 여자아이가 연달아 등장하는 다양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잔뜩 뻐기는 표정으로 축구공을 차는 남자아이, 반가워서 깡충깡충 뛰는 강아지, 천장에서 주르륵 내려오는 거미, 쥐구멍으로 쏜살같이 달아나는 생쥐, 포근하고 부드럽게 안기는 고양이, 달콤한 꿀을 빠는 나비, 거꾸로 매달린 박쥐, 기저귀를 찬 아기 동생, 가장 친한 친구…….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상황은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누구에게는 다정하고 누구에게는 눈길이 곱지 않다. 거미와 생쥐를 만났을 때는 서로 허둥지둥 도망치기 바쁘다. 그런데 가만,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 걸까? 처음에는 여자아이가 상대방이 어떤지 말하는 것 같다. 맨날 축구공만 죽어라 쫓아다니는 남자아이는 도대체 아무것도 모르는 이상한 애, 거미는 끔찍하고 생쥐는 무섭고 박쥐는 항상 거꾸로다. 하지만 상대방도 똑같이 생각하지 않을까? 다정하고 포근하고 친절하고 근사한 강아지와 고양이, 내 동생, 내 친구도 마찬가지다. 미소는 언제나 미소를 불러오는 법이니까. 그리고 마침내 수수께끼가 풀린다. 여자아이가 늑대를 만나 이렇게 물은 것. “이봐요, 늑대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아하! 지금껏 이상하고 다정하고 무섭고 포근하고 늘 반대로고 친절하고 우스꽝스럽고 너무 수줍고 너무 질문이 많다는 게 우리의 주인공을 두고 한 말이었구나!

     

    완전히 다른 우리가 만나서 서로를 바라볼 때

    진짜 내가 누구인지 대답을 찾을 수 있을까?

     

    너는, 너야?의 작가는 얇고 굵은 철사를 구부리고, 천 조각과 종이를 오리고, 병뚜껑이나 나사, 섬유 다발, 동그란 구슬 같은 것들을 조합해 이미지를 표현한다. 금속과 직물, 종이, 단단하거나 꺼끌꺼끌하거나 맨질맨질한 촉감을 주는 다양한 사물들이 이리저리 결합해 귀여운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강아지와 고양이, 나비와 달팽이, 외계인 등이 되는 것이다. 콜라주 기법으로 탄생한 개성 만점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이 그림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토록 다른 재료들이 이토록 조화로울 수 있다니, 우리도 이처럼 제각기 다른 존재들이 모여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야겠다 하고 말이다.

    내가 누군가를 끔찍하다고 여기면 상대방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내가 누군가를 근사하다고 여기면 상대방도 그럴 것이다. 세상 만물은 서로서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보통은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갖거나 불쾌감을 갖는 정도에서 그칠 수 있지만 힘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늑대는 여자아이가 약하고 쪼끄만 아이이며 힘도 없다며 음흉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늑대가 배라도 고팠으면 큰일날 뻔했다!

    이야기는 다시 여자아이에게로 돌아온다. 이제 문제가 좀 더 복잡해졌다.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다른 말을 한다면,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인상과 평가가 따라붙는다면, 진짜 나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여러 개의 얼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가는 게 당연한 걸까? 그래서 아이는 마지막으로 진짜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로 간다. “엄마, 엄마는 대답해 줄 수 있어요? 나는 정말로 누구예요?” 엄마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대답한다. “너는 너지, 나의 소중한 딸! 엄마는 그런 너를 정말정말 사랑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스럽고 소중한 딸이라는 엄마의 대답.

    그래, 그거면 충분하다. 앞으로도 아이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떤 친구는 친절하겠지만 어떤 친구는 사납게 굴 수도 있다. 때로는 박쥐처럼 정반대인 친구를 만나거나 외계인처럼 서로 못 알아들을 소리만 늘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뭐 어떠랴.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사람이고, 누군가에게 커다란 사랑을 받을 테니 약간의 시련쯤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나는 나인 게 진짜 좋아.” 하고 헤헤, 웃을 때면 우리도 부쩍 기운이 나는 것 같다. 사실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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