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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탄생

국판 (148*210mm) ㅣ 152쪽 ㅣ 값 8,5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0878-65-6 ㅣ2008년 8월 20일

두 번째 탄생

  • 삶이란 얼마나 많은 함정을 품고 있는 것일까

     

    케이타 켈리. 아프리카 기니 태생, 서른한 살, 프로 권투 미들급 유럽 챔피언. 제대로 된 커피맛을 음미할 줄 알고, 낯선 사람들에게 친절하며, 어떤 일에도 진지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어린 동생 아브라함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태세가 되어 있는 다정한 형이자 친구.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 만한 건실한 청년. 이제 곧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 타이틀 매치를 준비할 촉망받는 권투 선수. 그러나 문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데서 시작된다. 체육관 동료 조나스의 이사를 도와주러 간 케이타와 아브라함. 사소한 말다툼, 오기와 경솔함, 얼마만큼의 불운이 겹쳐 육중한 세탁기가 추락을 하고, 아브라함을 구하려던 케이타는 세탁기에 깔리고 만다. 쾅! 그리고 끝.

    삶이란 얼마나 많은 함정을 품고 있는 것일까. 뜻밖의 사고를 당해 울부짖는 사람들 앞에서 한 줌의 위로는 얼마나 하찮은 것일까. 장-크리스티앙 샤바의『두 번째 탄생』은 그렇게 도저히 답이 없을 것 같은 상황으로부터 답을 구하려고 한다. 건강한 젊은 남자, 그것도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는 권투 선수가 다리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듯이, 그것은 절망이고 한숨이고 지옥이다. 실제로 케이타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 그때부터 아무런 삶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예의바르고 사려 깊고 열정으로 충만하던 케이타는 사라지고 만다. 쾅! 사고가 나던 그 순간,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사람, 그건 인생의 소금과 같은 거야

     

    케이타가 혼자였더라면 이야기는 더 이상 계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비참한 상황에서 다시 일어선다는 건 뜻밖의 사고만큼이나 믿기 힘든 일이니까. 그러나 케이타에게는 어린 동생 아브라함이 있다. 케이타가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있는 힘껏, 온갖 시련에도 불구하고 돌봐 온, 열두 살의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형에게서 받은 사랑과 애정과 간절함으로,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형의 재기를 위해 애쓴다. 그러나 어린 아브라함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저 믿고 기다릴 뿐.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빛을 보게 되는 것은 남쪽 바닷가로 떠난 여행길에서이다. 그곳에서 만난 집시 노인 라즐로에게 결정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사람, 그건 인생의 소금과 같은 거야.” 전쟁 중에 온가족을 잃고 일생 동안 많은 일을 겪은 라즐로 노인의 이야기는 케이타에게 곁을 돌아보도록 해 주며, 사랑하는 아브라함을 위해 삶을 지속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으며, 또 사람들과 함께하고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 결국 인생은 혼자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담담한 깨달음. 결국 아브라함은 그 존재만으로도 케이타에게 힘이 되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만났을 때, 신의 이름을 부르며 원망하고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이나 ‘왜 하필 나야’라고 한탄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그것이 올바른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삶의 희망을 찾으라는, 간단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방법이 있다는 것도 결코 비밀은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제대로 된 길을 찾는가 하는 점이다. 『두 번째 탄생』의 아브라함은 힘겨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간다. 그리고 한없이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유머와 생기를 잃지 않는 주변 인물들 또한 케이타의 재기를 돕는 데 힘을 보탠다. 작가는 아브라함과 케이타가 ‘제2의 탄생’을 이루기까지 겪는 그 힘겨운 여정을 얼버무리거나 생략하지 않은 채 낱낱이 보여주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는데도 절망에만 빠져 있을 텐가? 이래도 한숨만 쉬고 있을 텐가? 작가의 목소리는 작고 나지막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타이름 같다. 그리고 마침내 두 번째 ‘진짜’ 삶을 시작하는 케이타 켈리. 언제나 그렇듯,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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