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판 (148*210mm) ㅣ 168쪽 ㅣ 값 9,500원 ㅣ 바람의아이들 펴냄
ISBN 978-89-94475-34-9 ㅣ2013년 3월 15일
말더듬이와 마법
은행나무 공부방에서 펼쳐지는 우리들의 이야기
동화 속에서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주로 학교 아니면 집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면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고, 가정에서는 부모와 빚는 갈등이나 형제자매 간의 우애 같은 가족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학교와 집이 동화의 주요 무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학교와 가정 외의 공간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동네 놀이터, 학원, 교회, 도서관 등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이 궁금증은 단순한 공간의 문제를 넘어선다. 배경이 달라지면 당연히 이야기도 달라질 테니까 말이다.
한박순우의 『말더듬이와 마법』은 ‘은행나무 공부방’이라는 비영리 공부방을 배경으로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연작 동화집이다. 대개의 공부방이 그렇듯 은행나무공부방에서도 아주 어린 아이부터 한글 교실에 다니는 아주머니들,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교사들까지 모여 지내고 있어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또래 문화를 넘어선 새로운 인간관계가 펼쳐진다. 흡사 오래전 여러 연령대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고 일하고, 어른들과 아이들의 삶이 적절히 섞여들었던 마을 공동체와도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생 오빠를 짝사랑하는 초등학생이 사랑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착각의 여왕」), 늦된 초등학생과 모범생 중학생이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며 성장해 나가기도 한다(「말더듬이와 마법」).
특히, 공부방이라는 공간 자체가 사회문화적 비주류의 정서를 담고 있어서인지 이곳 아이들 사이에 보이는 공감지수는 꽤나 높아 보인다. 공부방 동생의 절도사건을 알게 된 아이가 장난스럽게 헤드락을 거는 장면(「도둑과 거짓말쟁이」)이나 동생들의 떠들썩한 문병으로 성폭행의 고통스러운 상처가 치유될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노란 수첩」)에서는 또래 친구들이나 형제자매에게서는 얻는 것과는 또 다른 찡한 감동을 얻게 된다. 가족과 친구가 인간관계의 중요한 줄기이기는 하지만 가족 내에서 결핍을 피할 수 없거나 왕따나 학교 폭력 등으로 학교생활이 여의치 않은 아이들에게는 다른 대안이 필요한 것도 분명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말더듬이와 마법』에 실린 네 편의 이야기에서 꼭 학교와 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