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풍의 『모두가 친구』는 다양한 동물들을 통해 친구가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하는 동화집이다. 「마당에 사는 개」, 「한밤에 깨어 있는 청설모와 한낮에 깨어 있는 부엉이」, 「멀고 먼 곳으로 마음이 달려가요」 세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모두 서로 다른 종끼리 문제 없이 친구가 된다. 덩치 큰 강아지는 같은 집 마당에 사는 조그만 거미를 만나 친구가 되고, 청설모와 부엉이는 서로 깨어 있는 시간이 다르고 심지어 천적인데도 친구가 되어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북극곰과 펭귄은 아예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제비갈매기를 통해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고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우정을 이어나간다.
모두가 친구
#친구 #우정 #동물 #응원 #위로 #차이 #환경
내가 이렇게 멋지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우리에게 친구가 필요한 이유
친구는 어린이가 삶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사회다. 친구를 잘 사귀는지, 단짝 친구가 있는지,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등등은 어린이의 사회생활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함께 놀 친구가 없는 어린 시절이란 얼마나 쓸쓸할까. 그런데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확고한 내 편이 되어주는 엄마아빠와 달리 친구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면 나와 맞는지 탐색하고 조심조심 말을 걸고 내가 괜찮은 친구라는 점을 어필하는 등 나름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게 성가시고 귀찮아서 아예 친구를 만들지 않는다거나 그다지 친구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어른들도 많다. 하지만 어린이는 다르다. 때로는 가족보다도 더 가깝고 함께 있으면 끝없이 웃음이 나는 친구. 어린이는 친구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소풍의 『모두가 친구』는 다양한 동물들을 통해 친구가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하는 동화집이다. 「마당에 사는 개」, 「한밤에 깨어 있는 청설모와 한낮에 깨어 있는 부엉이」, 「멀고 먼 곳으로 마음이 달려가요」 세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모두 서로 다른 종끼리 문제없이 친구가 된다. 덩치 큰 강아지는 같은 집 마당에 사는 조그만 거미를 만나 친구가 되고, 청설모와 부엉이는 서로 깨어 있는 시간이 다르고 심지어 천적인데도 친구가 되어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북극곰과 펭귄은 아예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제비갈매기를 통해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고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우정을 이어나간다.
「마당에 사는 개」에서 망고는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있지만 다들 일터와 학교로 가고 나면 하루 종일 혼자 지낸다. 호기심 많고 낙천적이라 좁은 마당을 왔다 갔다 하며 즐겁게 지내지만 결국은 엎드린 채 저녁이 오기만을 기다리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망고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준다. 자기가 만든 거미줄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커다란 강아지 망고보다 아는 것도 많은 자그마한 거미. 잔뜩 경계하며 말문을 트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새로운 관계가 시작된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망고는 비로소 자기 덩치가 커다랗고 무언가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거미와 거미줄이 대단히 근사하다는 것도. “우아! 너 보통 거미가 아니구나! 아침 이슬만큼 예쁘고, 거미줄만큼 근사해!” 망고가 새로운 발견 앞에서 솔직히 감탄하자 난생 처음 칭찬을 들은 거미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며칠 전부터 마당에 사는 개를 지켜보며 가까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던 거미도 생각이 달라진다. “너도 보통 개가 아니면서 뭘!” 서로가 없었다면 조그맣고 까만 거미가 예쁘고 근사한 거미라는 걸, 망고가 힘도 세고 훌륭한 개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친구를 만나 확장되는 세계
친구와 함께 행복해지는 삶
개와 거미는 서로의 눈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그제야 자신이 꽤 근사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좋은 친구는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친구는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서 자꾸자꾸 만나고 싶어지는 존재다. 「한밤에 깨어 있는 청설모와 한낮에 깨어 있는 부엉이」에서 수다쟁이 부엉이와 과묵한 청설모는 그저 함께 있는 시간이 설레고 좋아서 밤낮이 바뀌는 아침과 저녁 짧은 만남을 갖는다. 서로 활동하는 시간이 다른 데다 천적 사이인 청설모와 부엉이가 만나는 것은 그저 함께하는 게 좋아서이다. 수다쟁이 친구는 떠들고, 듣기 좋아하는 친구는 그저 귀 기울이는 시간. 그러는 동안 맹금류답지 않게 겁이 많은 부엉이는 사냥하는 어려움과 자신의 콤플렉스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사냥을 좀 못하면 어때? 네가 처음부터 사냥을 잘했다면, 우린 친구가 되지 못했을 거야.” 청설모 역시 기억력이 나쁘다는 약점이 있고, 그건 누구나 그렇다. 그리고 친구란 약점을 솔직히 털어놓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존재다. “진작 너한테 털어놓을 걸 그랬어.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몰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응원까지 해주니 친구와 함께하는 일이 즐거울 수밖에.
「멀고 먼 곳으로 마음이 달려가요」에서 남극에 사는 펭귄과 북극에 사는 북극곰의 우정도 비슷한 처지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사라지고 있는 북극. 북극곰은 얼음이 녹아서 살아가는 게 힘들지만 펭귄도 같은 상황일 거라는 생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간다. 비록 힘겹고 고통스러운 삶일지도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그리고 북극곰이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펭귄과 친구가 된 까닭은 둘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북극제비갈매기 덕분이다. 기억력이 좋은 제비갈매기는 둘 사이에서 마음 배달부 역할을 하고, 그러면서 또 그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펭귄은 찬바람이 씽씽 부는 남극에서 북극곰을 생각하며 씩씩하게 살아가고, 북극곰은 얼음을 찾아 헤엄치며 녹초가 된 순간에도 펭귄을 떠올리며 힘을 낸다. 제비갈매기에게도 친구들의 마음을 전달해야 할 임무가 없다면 그 먼 거리를 날아가는 동안 훨씬 더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사나운 바람을 맞으면서 빙하 위에 서 있을 때 네 생각을 많이 해. 그럼 신기하게도 매서운 추위가 조금 누그러드는 것 같아.”
『모두가 친구』는 서로에게 너무나 다정한 친구들을 통해 우정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 관계인지 보여준다. 이들의 우정은 가족이나 연인간의 사랑만큼이나 애틋하면서도 보다 열려 있는 관계다.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것은 보통 마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서로에게 자신의 세계를 열어 보여주고, 그로 인해 각자의 세계가 한층 넓어진다는 것은 우정의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어린이들에게 친구와 우정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막 친구를 만나 우정 어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모든 어린이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지은이_ 이소풍
대학에서 시와 소설을 공부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이야기, 오래도록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이야기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반쪽짜리 초대장』과 『호랑이 태권도장』이 있습니다.
그린이_ 은돌이
아침에 일어나 고개를 돌리면 강아지 궁둥이가 저를 반깁니다. 꼬순내를 맡다가 함께 산책하고 그림을 그리면 하루가 끝나네요. 강아지 궁둥이처럼 꼬수운 그림을 그리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