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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산타 할머니

박서진 지음 | 고담 그림

국판 (148*210) | 128| 14,000

발행일 | 20231225

펴낸곳 | 바람의아이들

ISBN | 979-11-6210-218-3

한여름 산타 할머니

  • 한여름, 우리 동네에 산타 할머니가 나타났다!

    할머니의 손수레에는 어떤 선물이 들어 있을까?

     

    크리스마스 즈음, 온 세상은 산타 클로스를 둘러싼 갖가지 재미난 소문들로 들썩인다. 산타가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안 주고 루돌프라는 왕따 사슴에게 썰매를 끌게 하며, 핀란드 라플란드의 어느 숲속 마을에 진짜로 살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는 이제 상식에 가깝다. 그보다는 산타 클로스가 하룻밤 사이 전세계를 다 돌기 위해 총알보다 3470배 빠른 속도로 이동해야 한다거나 선물 배송을 기다릴 아이들을 위해 산타 클로스의 위치 추적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도 있다거나, 혹은 산타 클로스가 사실은 어느 음료 회사의 마케팅 수단이었다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더 흥미롭다. 이 모든 뒤죽박죽 정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인기 많은 인물인지를 잘 보여준다. 바야흐로 12월의 산타의 시절인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뚱보 인기남 할아버지에게 부인이 있다면?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면 산타 할머니도 있지 않을까?

    저학년 동화 한여름 산타 할머니는 산타 할아버지의 부인이자 길고양이들의 보호자 메리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부끄럼쟁이에다 추위를 너무 많이 타는 할머니는 겨울에 돌아다닐 수 없고 한여름에 몰래몰래 손수레 가득 선물을 싣고 돌아다닌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길고양이들은 누가 착한 아이고 나쁜 아이인지 전해주는 정보원이고, 고양이들이 맛있는 간식 캔을 얻어먹는 건 당연한 보상이다. 하지만 대가 없는 선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비눗방울 장난감, 편의점 알바로 고생하는 학생에게는 엄마표 만두,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는 게임 중독 아이에게는 아빠와 갖고 놀던 나무 팽이, 할머니는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맞춤 선물을 건네고, 선물을 받은 사람은 또다시 다른 사람들과 그 즐거움을 나눈다. 한여름 산타 할머니는 얼마나 살뜰한지.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도 미심쩍어하는 아이들에게 산타 할머니라니, 그것도 한여름에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가 산타라니, 순순히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이야기는 지환이, 지후 형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형제에게는 큰 걱정이 하나 있다. 돌아가신 엄마가 키우던 뱅갈고양이 둥이가 아프다는 것. 할머니의 손수레를 밀어주고 간식 캔을 얻어다 주기도 하고, 친구 엄마가 하는 동물병원에 찾아가 진찰도 받아 보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다. 둥이는 나이가 너무 많고 수명이 다했기 때문이다. 수의사 선생님도 둥이를 고칠 수 없다면 이제 방법은 하나뿐. 만약 산타 할머니가 진짜라면 믿어 보자. 그리고 둥이를 살려 달라고 부탁을 해 보자!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누구나 산타가 될 수 있고,

    언젠가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산타가 된다

     

    한여름 산타 할머니산타 클로스전설에 기대어 산타 할머니라는 신기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지환이와 지후다. 형제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불규칙한 직업을 갖고 있어 단 둘이 지내다시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환이와 지후가 불쌍하고 처량한 처지라고 볼 이유는 없다. 형은 동생을 살뜰히 돌보고 동생은 형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며, 형제는 천진하고 명랑한 어린이 시절을 잘 지내고 있으니까. 아빠가 일 때문에 제대로 보살펴 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환이와 지후는 한없이 씩씩하다. 산동네 반지하 방에 살아도 다리운동이 되니 좋고, 함께 다다다 뛰어다니면 더할 나위 없이 신이 난다. 게다가 이 밝고 건강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울 줄도 안다. 임시 담임으로 온 기간제 선생님이 힘들어하자 슬쩍 쪽지를 건네 조언을 하고, 오랜 수험 공부에 지친 이웃 아저씨에게 응원을 해주는 식이다. 이게 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는 생각이 있다면 누구나 다 산타가 될 수 있다는 산타 할머니의 말씀 덕분이다. 모두가 서로를 돕고 보살핀다면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계절이든 크리스마스처럼 평화롭고 기쁨에 가득찬 나날이 되지 않을까? 결국 한여름 산타 할머니는 어린이와 노인, 길고양이 같은 모든 연약한 존재들 사이의 상호 보살핌에 대한 이야기다.

    수명이 다한 고양이 둥이를 산타 할머니에게 보내 계속 살아가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까지 옆에서 지켜봐 줄 것인가. 이제 아이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둥이의 마지막을 둘러싸고 지환이와 지후가 고민하는 이유는 둥이와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둥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일은 이따금 복잡하고 난해한 수학 문제처럼 골치가 아프고 어려운 풀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이 둥이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좋은 선택일까. 그리하여 마침내 지환이와 지후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산타 할머니를 믿든 믿지 않든 한여름 산타 할머니가 상징하는 바는 분명하다. 아낌없는 나눔과 선한 영향력. 누군가는 비아냥대고 누군가는 삐딱한 시선을 보내도 우리가 해마다 12월이 되면 산타 클로스를 기다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에게는 산타 클로스가 필요하고, 사실은 우리 모두가 산타 클로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선물을 사고, 파티를 준비하고, 만남을 기대하는 모든 일들도 다른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삶을 빛나게, 살 만하게 해주기 때문에 필요하다. 올해는 여느 때보다 조용한 연말이 되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추위와 쓸쓸함을 이겨내고 진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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