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 짙푸른 망망대해를 맴돌며 그들을 구해내는 사람들
국제이주기구(IOM)에 의하면, 2024년 한 해 동안 2275명이 지중해에서 실종되었다고 한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난민은 3만1180명이었다. 상처입고 좌절하면서도 활동가들이 지중해로 달려가는 이유다. 『지중해의 끝, 파랑』은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구체적인 사실들로 가득하면서도 작가 이폴리트와 구조대원들의 이야기가 겹겹이 담겨 있어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완성도가 높은 그래픽노블이다. 지중해 난민이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치로 단순화하거나 마냥 감상적으로 그리는 대신 이 문제가 얼마나 까다롭고 복잡한지 전방위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래픽노블만큼 잘 맞는 장르도 없을 것이다. 이폴리트가 오션 바이킹호에서 틈틈이 그린 다양한 인물화와 스케치가 수첩의 형태 그대로 실려 있는 등 그림으로만 전달되는 생생한 감정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록으로 오션 바이킹호의 중앙 지중해 항로와 SOS 메디테라네의 간략한 구조 활동 연표도 실려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는지 되묻게 되는 책이다.
다큐멘터리 지중해 난민 미등록 이주 코로나 해상 구조
이폴리트(Hippolyte)
1976년생. 탐사보도 그래픽노블 분야를 선도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저널리즘과 창작을 오가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독자와 평단 모두에게 꾸준히 호평받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드라큘라』(Gleat, 2003), 『발렌트래의 주인』(Denoe, 2006), 『신들의 판타지』(Les Arees, 2014), 『그림자들』(Pheus, 2013), 『숨을 참는 아이』(한울림스페셜, 2022) 등이 있습니다.
안의진
1988년생. 바람북스에서 일하는 편집자 겸 마케터 겸 디자이너 겸 번역자입니다. 옮긴 책으로 『행복한 강아지로 키우는 방법』, 『안녕, 코끼리』, 『동물들이 파업했대요』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