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찬 하루치의 노동, 그리고 인생을 즐기는 일에 대하여
작가 아르노 네바슈는 특유의 감각적인 그림을 활용해 고단한 청소부의 하루를 빛나게 그려 보인다. 보색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단순한 면과 질감을 유연하게 표현한 그림은 가스파르의 규칙적인 하루 일과를 흥미롭게 만들어주며 간결한 문장과 반복적인 이야기 구성도 그림책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맨 앞과 맨 뒤에는 똑같은 장면을 배치되어 있는데 숨은 그림 찾기처럼 다른 곳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작가 자신의 전작 그래픽노블 『이것이 새입니까』의 주인공이 깜짝 등장하는 장면에 이르면, 은근한 유머 감각도 느낄 수 있다. 내가 마시는 한 잔의 우유와 내가 누리는 깨끗한 거리가 낯모르는 사람의 성실한 노동 덕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인공지능이 모든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대, 이 아름다운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직접 손과 발을 쓰는 필수 노동에 대해서도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장난감 청소차를 갖고 노는 어린아이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과 수고에 대해 생각하는 어른까지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청소부 공공서비스 야간노동 일상의 즐거움
아르노 네바슈
프랑스의 그림책 작가. 그래픽노블과 일러스트는 물론, 앨범, 다큐멘터리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작품으로는 그래픽노블 『이것은 새입니까?』가 있다.
안의진
번역을 하며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동물들이 파업했대요!』 『하늘에서 내려온 콜롱빈』 『헨리는 예술가』 『공룡에게 물어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