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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에 빠졌어!

김미애 글 │ 다나 그림

국판 (148*210) | 84| 14,000

발행일 | 20230710

펴낸곳 | 바람의아이들

ISBN | 979-11-6210-205-3 (74800) SET ISBN | 978-89-90878-15-1

구덩이에 빠졌어!

  • 큰비가 내린 숲속, 동물 친구 넷이 구덩이에 빠졌다!

    이렇게 깊고 미끄러운 구덩이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아이가 늦어도 네다섯 살쯤이 되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아침이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놀고 공부하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욕망과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운다. 너무 욕심을 부리거나 떼를 쓰거나 막무가내로 굴면 눈총을 받을지도 모른다. 물론 어떤 아이들은 가족 내에서도 충분히 사회성을 기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성 부족 때문에 곤란을 겪는다. 그래도 사회성 발달이 어린이의 성장에 있어 중요하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이 없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친구가 되고, 더 나아가 협력을 하게 되기까지 모든 일은 당연하고 자연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어린아이가 자기중심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친구를 사귀고 규칙을 익히고 한발 한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은 꽤나 감동적인 데가 있다.

    김미애의 저학년동화 구덩이에 빠졌어!는 소풍에 나선 아기 동물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동의 목표란 바로바로 깊숙한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것. 큰비가 내린 다음 숲속으로 소풍을 갔던 동물들이 차례차례 구덩이에 빠졌기 때문이다. 토끼는 신이 나서 서두르다가, 여우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다가, 돼지는 새로운 놀이인 줄 알고 자발적으로, 곰은 친구들을 꺼내주려다가 주르륵 미끄러져서. 구덩이에 빠지게 된 이유와 상황은 저마다 다르지만 문제는 하나, 어떻게든 구덩이에서 나가야 한다. 아기 토끼, 아기 여우, 아기 돼지, 아기 곰, 네 마리 동물들은 덩치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몽땅 구덩이에 빠졌다는 엄청난 사건을 대하는 자세까지도 모두 다르다. 토끼는 소심하지만 차분하고, 여우는 까탈스럽지만 영리하고, 돼지는 둔하지만 명랑하며, 곰은 잘난 척을 좀 하지만 듬직하다. 누구 하나 빼어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이 동물들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두루 갖고 있다. 어쩌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친구가 되었을지도.

    하지만 상황이 나쁠 때 대개 그렇듯 구덩이에 빠진 동물들도 서로에게서 눈에 거슬리거나 못마땅한 구석을 찾아낸다. 아기 돼지는 어쩜 저렇게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놀 궁리만 하지? 토끼는 재빠르고 잘 뛰는 줄 알았는데 겁쟁이에다 소심하기만 하고, 여우는 결벽증에다 까칠해서 친구들에게 너무나 퉁명스럽다. 곰은 또 어떤가. 커다란 덩치에 먹을 것 타령만 하더니 달랑 하나뿐인 사탕을 혼자서 까 먹고 미안한 줄도 모르다니! 이래서야 원, 같이 힘을 합쳐 구덩이를 탈출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후드득,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구덩이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 이제 우리의 동물 친구들은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

    함께할 때 찾아오는 뜻밖의 기쁨과 행복

     

    구덩이에 빠졌어!는 일종의 재난물이긴 하지만 저학년동화인 데다 동물 판타지인 만큼 상황이 아주 심각해지지는 않는다. 토끼, 여우, 돼지, 곰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느냐고 묻지 마시라. 동물들이 쿠키 바구니를 들고 소풍에 나서는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또 귀엽고 개성 있게 표현된 일러스트는 동물들 각각의 캐릭터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도와준다. 토끼와 여우, 돼지와 곰은 동물이긴 하지만 사실상 어린이다.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고 흙장난을 하고 괜히 우쭐대고 서로에게 핀잔을 주는 등 아기 동물들의 행동이나 대화를 보면 영락없이 저학년 어린이들이 어울려 노는 것 같다. 그러니 문제 해결을 위해 어린이만의 방식을 동원해야겠다. 우정과 사랑, 그리고 다 함께 손잡고 즐겁게 나아가기.

    구덩이에 빠졌다는 공동의 문제 상황에 직면하여, 구덩이를 나가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동물들은 머리를 맞댄다. 저마다 다른 동물들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돕는다. 결벽증이 있고 예민한 여우는 문제에 집중해서 해결책을 찾아나선다. 여우가 아니었다면 아기 돼지처럼 소풍 도시락에 한눈팔고 흙 파기 놀이나 하면서 허송세월을 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아기 돼지가 쓸모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재미를 찾아내며 모든 상황을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돼지가 없었다면 다들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버드나무 줄기 잡아당기기가 새로운 놀이인 줄 알고 촐랑거렸던 돼지 덕분에 탈출 방법까지 찾아냈으니 여우와 돼지는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친구임에 분명하다. 목소리가 작고 겁이 많은 토끼도 친구들을 다독이며 힘을 보탤 일이 있을 때 절대 빼지 않는다. 엄벙덤벙 힘쓸 줄만 알고 으스대기 좋아하던 곰이 결정적인 순간 흔쾌히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 서로 다르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을 수 있다.

    아직 미숙한 아기 동물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딴소리를 늘어놓거나 바보짓을 해서 친구를 짜증나게 하기도 하고, 어이없게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홀랑 하나뿐인 사탕을 까 먹은 곰은 비난을 받자 도리어 놀란다. “내 사탕을 내가 먹었는데 왜 나빠?” 그러나 하늘에서 떨어진 알밤 하나를 나눠 먹을 상황이 오자 곰은 그제야 사과를 한다. 친구들이 있는데 먹을 걸 나눠 주지 않는 게 나쁘다는 걸 겪어보고야 알게 된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고, 사소한 잘못이나 실수는 바로잡으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더 나아지며 자라난다. 동물들이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궁리해서 마침내 구덩이를 탈출하는 동안 친구들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으며 우정은 더욱 탄탄해졌다. 게다가 조금 더 현명해지고 조금 더 너그러워졌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들도 함께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그렇게 함께할 때 뜻밖의 기쁨과 행복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야말로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혜인지 모르겠다. 아기자기한 동물 캐릭터와 예쁜 일러스트와 더불어 이만큼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으니 우리 어린이들의 여름방학용 읽기 책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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