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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머릿속

플뢰르 도제 | 잔 드탈랑트 그림 | 윤예니 옮김

변형판 245*315 (mm) | 64| 27,800

발행일 | 20230515

펴낸곳 | 바람의아이들

ISBN | 979-11-6210-202-2 (74800) SET ISBN | 978-89-90878-09-0

동물들의 머릿속

  • 동물들의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동물들의 기억력, 동물들의 사랑, 동물들의 문화,

    그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인간들은 오만하다. 언제나 동물들을 내려다보며 동물들이 생각할 줄도 모르고 감정 따위는 없다고 여긴다. 언어도, 도덕 관념도, 죽음에 대한 이해도 인간들만 가진 줄 안다. 세상을 발 아래 놓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인간중심주의는 지금까지 문명을 이룬 바탕이었지만, 많은 문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각종 기후 위기와 재난은 무지와 오만함의 대가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오해와 달리 동물들도 인간들처럼 사회적 관계를 맺고 서로를 사랑하며 친구의 죽음을 슬퍼한다. 도구를 만들어 쓰고 벌레 물린 데를 스스로 치료하기도 한다. 동물들이 인간과 다를지는 모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똑똑하고, 상상하고, 감정을 느낀다. 그러니까 호모 사피엔스가 모든 면에서 최고라는 사실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동물들의 머릿속은 동물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들을 담아낸 그림책이다. 저자인 플뢰르 도제는 프랑스의 동물행동학자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로, 자신의 실제 경험과 다양한 과학적 발견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궁금한 동물들의 머릿속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물들은 저마다 종이 다르고 생김새와 생활방식이 제각각이지만 각자 필요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간다. 겨울 대비용 씨앗을 저장해야 하는 클라크잣까마귀는 기억력이 엄청 좋고, 딱딱한 열매를 꺼내 먹어야 하는 침팬지는 돌을 도구로 이용한다. 꿀벌은 동료들에게 맛 좋은 꿀이 있는 곳을 알려주기 위해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춘다.

     

    동물들은 환경이 바뀌면 그에 따라 생활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1920년대 영국에서 우유 배달이 시작되자 박새들은 우유 덮개를 쪼아 크림을 훔쳐먹는 방법을 터득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박새들도 따라한 걸 보면 박새들끼리도 서로를 흉내내고 학습하는 게 분명하다. 일본원숭이 하나가 고구마를 짭짤한 바닷물에 씻어 먹기 시작한 뒤, 고구마 씻어먹기가 세대를 넘어서까지 전해졌다는 사실은 동물도 나름의 발전을 거듭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이든 수컷 원숭이들만 진보를 거부하며 꼿꼿하게 흙 묻은 고구마를 먹었다는 대목에서는 원숭이들도 인간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웃음이 난다. 동물들도 언어를 사용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다른 개체의 감정을 이해한다. 인간의 언어를 통해 유해한 부족과 무해한 부족을 구별해내는 코끼리, 서로 다른 방언을 사용하는 범고래, 털이 많은 식물을 삼켜 기생충들을 긁어내는 원숭이 등 동물들의 머릿속에는 놀랍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이 가리키는 바는 분명하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은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점이 없고,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동물들에게서 시작되었다는 것. 요컨대, 인간도 동물이다.

     

     

    이제껏 나온 어린이책 중에서 동물들의 머릿속을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헤집는 책은 없습니다.”-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추천사 중에서

     

    동물들의 머릿속은 갖가지 동물들에 대한 과학적 발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알아보기 쉽게 설명한다. 영리한 까마귀가 어떻게 다양한 길이의 나뭇가지를 이용해 3단계 문제를 해결하고 먹이를 꺼내 먹는지, 늑대 두 마리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실험을 통과하는지, 비단마모셋은 어떻게 실험실 동료에게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도움을 주었는지, 실험 방식과 장치를 그림을 통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여러 동물들의 생태적 특징과 형태를 잘 살린 일러스트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과학적 전달력에 있어서도 훌륭하다. 성실한 동물행동학자와 재능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합작해 만들어낸 이 단단한 그림책은 과학책으로든 그림책으로든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것이다.

     

    한편, 동물학자로서 저자의 경험이 담긴 에피소드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다정다감해서 단순한 지식정보 이상의 감동을 전달해준다. 뱀 때문에 깜짝 놀란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볼 때마다 사람에게 안겨 어리광을 부렸다거나 마마라는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들의 장난을 대신 사과하며 미안해했다는 이야기는 야생동물 보호 활동에 참여한 저자의 일상을 간접 체험하게 해주며 인간과 동물 사이에 오간 공감을 느끼게 해준다. 일부러 실험용 덫에 들어가 배를 채우는 뚱보 마멋 에피소드나 금강앵무 커플의 결별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저자는 이성적인 과학자로서 동물의 지능, 언어, 감정, 공감능력 등이 생존과 번식이라는 대원칙 때문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도 동물이 인간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힘주어 강조한다. 동물도 인간과 똑같이 서로 사랑하고, 친구나 가족의 죽음 앞에서 커다란 상실감을 느끼며 애도의 과정을 겪는다. 그러니 그런 동물들이 하나둘 멸종되어 가는 일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동물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 까닭은 우리가 동물로부터 생겨났기 때문이다. 동물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는 거대한 가족이라는 것, 우리 모두를 위해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재천 교수는 동물들의 머릿속이 자신의 책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어린이를 위해 새롭게 각색한 책처럼보인다며 이제껏 나온 어린이책 중에서 동물들의 머릿속을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헤집는 책은 없다고 평가했다. 동물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공감, 환대의 필요를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동물행동학자의 진로에 대한 친절한 안내와 당부도 담고 있는 만큼 동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부터 기후 문제를 고민하는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읽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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