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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위한 완벽한 선물

레인 스미스 글·그림 | 몰리 리치 디자인 | 하정희 옮김 | 변형판 287*223 (mm) | 34쪽 | 값 14,000원 | 발행일 2022년 06월 03일 | 펴낸곳 바람의아이들 | ISBN  979-11-6210-178-0 (74800) | SET ISBN 978-89-90878-09-0 | 원제 A GIFT FOR NANA

할머니를 위한 완벽한 선물

  • 아무 날도 아니고, 특별한 일도 없지만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 선물에 담긴 마음

     

     

    우리는 무언가 축하할 일이 있거나 기념하고 싶을 때 선물을 준비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지만 마 음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 없으니 선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 이다. 아이들도 그렇다. 생일이나 어린이날, 성탄절 등이 다가오면 잔뜩 들뜨거나 엄마 아빠 앞에서 받고 싶은 선물을 슬쩍 흘려본다. 어린이에게 선물이 없는 성탄절 아침은 얼마나 서글픈 풍경일까. 어린이들만큼  받는 기쁨을  잘 아는  이들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주는  즐거움도 누리고  싶겠지만 알다시피 아이들은 능력이 없어서 그럴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할머니에게 드릴 선물』은 아이들의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판타지로서 꼭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의 주인공 토끼는 문득 할머니 토끼에게 선물을 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날은 할머니 생신도, 산 토끼날도  아니지만 그냥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아마도 토끼는  할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고 할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이 꽉 찼을 테고, 그 가득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선물이 필요했 을 터. 아무 날도 아니고 정해진 격식도 없으니 어떤 선물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때마침 까마귀 가 멀지 않은 곳에 ‘완벽한 선물’이 있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진다. 그렇다면 내가 가서 ‘완벽한 선 물’을 가져다 할머니에게 드려야지. 
    이야기는 토끼가 완벽한 선물을 찾아 먼길을 떠나고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이러저러한 선물 목록을 살피는 과정을 들려준다. 길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친절하고 다정하게 자신이 줄 수 있는 최상의 선 물을 제시하고, 그 선물은 진짜로 멋지다. 할머니에게 초승달의 예쁜 미소를 드리면 어떨까? 괴상한 숲속 나뭇개비가 내미는 지팡이를 드리면 어떨까? 아주아주 큰 물고기가 찾아주는 물 한 컵은? 화 산의 커다랗고 화려한 불꽃놀이는? 하지만 할머니는 늘 해처럼 환하게 웃고, 지팡이가 없어도 잘 걷 고, 손주에게 책을 읽어줄 때 물 한 잔을 늘 옆에 놓아둔다. 토끼가 떠올리는 할머니는 이미 완벽하다!

     

    “정말 완벽한 선물이구나. 왠지 아니?”

    할머니는 언제나 최고로 좋은 말만 하시죠.

     

    『할머니에게  드릴  선물』은  칼데콧  아너상,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및  뉴욕타임즈  최고의  그림책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레인 스미스의 그림책으로, 레인 스미스 특유의 귀엽고 개성 있는 캐릭터가 잘 살 아 있고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그림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은 그 자체로 선물 같다. 하지만 이 그림책의 진짜 장점은 모험담의 형식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도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토끼가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저마다 가진 것을 넉넉 히 나눠주려고 하고, 그 선물 목록은 아주아주 특별해 보인다. 하지만 토끼는 고마워하면서도 선물 들을 거절하고 계속 길을 간다. 중요한 것은 거절이 거듭되면서 할머니가 얼마나 멋진 분인지, 토끼 가 이미 그 사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토끼의 걸음으로 너무너무 먼 길을 걸으며 토끼는 완벽한 선물이 무엇인지, 까마귀가 완벽한 선물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한 말은 무슨 뜻이었는지 궁리한다. 또 깎아지른 절벽을 꿋꿋이 오르거나 으스스한 동굴 앞을 씩씩하게 지나간다. 할머니라면 “가파르고 으스스한 봉우리라도 조심해서 잘 올 라가면 돼.”라고 말해주셨을 테니. 그러고 보면 토끼는 혼자 외로운 길을 걷고 있지만 곁에는 언제 나 할머니가 함께 있다. 처음 길을 나설 때부터 토끼의 마음속에는 할머니가 가득 차 있었으니 당연 한 일이다. 선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준비하는 과정이란 원래 이런 거니까. 
    토끼는 마침내 정말 완벽한 선물을 찾아내고 할머니에게 들고 간다. 그 완벽한 선물이 무엇이냐고? 그건 비밀이지만, 토끼가 아주아주 좋아하고 토끼에게 아주아주 잘 어울리고 할머니 토끼가 이미 아 주아주 많이 갖고 있는 것이다. 이미 넉넉히 갖고 있지만 할머니는 토끼가 가져온 선물을 받고 예의 그  ‘해처럼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건  바로 토끼가  준  선물이니까.  무얼  가져가도,  혹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아도 할머니가 기뻐하리라는 것은 토끼도 이미 알고 있던 바다.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가 사실은 마음을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대상으로 바꿔 드러내는 일이라는 걸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할머니에게 드릴 선물』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선물에 담긴 꽉 찬 마 음을 확인하는 이야기이자 먼 길을 떠난 조그마한 토끼가 사랑의 힘으로 용감하고 꿋꿋해지는 이야 기. 이거야말로 정말로 완벽한 그림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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